대룡초교 건물 2층 교실 안 창문을 통해 바라본 뒷산 비탈면 모습. 비탈면 뒤쪽으로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한 파란색 포장이 임시로 설치돼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대룡초교 건물 2층 교실 안 창문을 통해 바라본 뒷산 비탈면 모습. 비탈면 뒤쪽으로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한 파란색 포장이 임시로 설치돼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7월 말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대전 동구지역 한 초등학교가 당장 급한 복구만 임시로 해놓은 채 추가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산사태 당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현장점검차 찾았던 대전대룡초등학교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집중호우 취약학교 점검, 발 빠르게 대처`라는 보도자료와 설 교육감의 현장방문 사진을 함께 배포했다.

설 교육감은 당시 현장점검에서 `안전한 학교`를 당부하고 떠났지만 산사태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항구복구는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다. 산사태 근원지로 추정되는 학교 뒷산이 사유지라는 이유에서다. 관내 어린이들의 생명·교육권을 보호해야 할 대전 동구와 학생 안전을 책임진 교육당국 모두 개인 소유 땅이라며 항구복구에는 나 몰라라 하는 입장이다. 개학을 열흘 앞둔 대룡초교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이 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구청이나 교육청 공무원들이 이렇게 무대책으로 일관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7월 30일 대전에 시간당 1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곳곳에서 아파트가 침수되고 이재민이 속출했다. 서구지역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침수 피해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 대룡초교 산사태 피해는 심각했다.

동구 용운동 대전대 인근에 있는 대룡초교는 주변 도로보다 지대가 7-8m 가량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교실 건물 바로 뒤편으로는 산을 끼고 있다. 산 중턱에 산과 학교부지 경계를 표시한 철제펜스가 둘러쳐져 있는데 산 정상부부터 집중호우 여파로 쓸려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토사물이 이 펜스를 뚫고 비탈면을 타고 내려와 교실 건물 앞에 그대로 쏟아진 것이다. 학교 건물 앞에 쌓였던 토사 폐기물은 15t가량으로 9일 현재 운동장으로 옮겨져 일주일째 방치돼 있다.

이 산사태로 철제펜스 20m 가량이 끊어지고 4층짜리 교실건물 외부 유리창과 방충망 등이 파손됐다. 토사 피해를 입은 건물 1층은 학생들의 수업이 이뤄지는 과학실 등 특별실, 2층부터는 교실이다. 토사물은 2층 교실 유리창까지 튀었다. 산사태 당시 학교에는 일찍 등교한 학생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는 "당일 오전 산사태를 확인하고 학교에 일찍 와있던 아이들은 부모에 연락해 급히 돌려보내고 학부모 긴급문자안내를 통해 나머지 아이들은 등교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학교 측은 이달 3일까지 닷새 동안 토사물 제거, 학교부지내 비탈면 식생매트 설치, 맨홀 준설 등 임시복구만 한 상태다. 동구는 산사태 발생 일주일 만인 이달 6일 학교 경계 밖 산 비탈면에 포장비닐을 치는 것으로 보강작업을 마쳤으나 집중호우로 `V`자형 깊은 골이 생긴 학교부지밖의 항구복구에 대해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학교 부지 경계 위쪽 산에 포장을 쳐 토사가 유실되지 않도록 했다"며 "이것으로 응급조치는 완료된 것"이라고 말했다. 항구복구와 관련해선 "학교 뒷산이 개인 소유인 것으로 안다. 항구복구는 앞으로 산주와 협의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부지 경계밖은 사유지로 이곳에 대한 항구복구는 관할구청이 계획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부적으로 항구복구계획은 따로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991년 설립된 대룡초교는 24개학급, 482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교직원은 54명이다. 2학기 개학일은 오는 19일이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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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뒷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가 학교 건물을 덮친 모습. 1층은 과학실 등 특별실, 2층부터 학생들 수업공간인 교실이다. 사진=제보자 제공
집중호우로 뒷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가 학교 건물을 덮친 모습. 1층은 과학실 등 특별실, 2층부터 학생들 수업공간인 교실이다. 사진=제보자 제공
집중호우로 뒷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나무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집중호우로 뒷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나무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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