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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24절기

2020-08-07기사 편집 2020-08-07 07:05:47      윤평호 기자 news-yp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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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의 공통점은? '24절기'이다. 1년을 12절기와 12중기로 나누고 이를 보통 24절기라 부른다. 절기는 한 달 중 월초, 중기는 월중에 해당한다.

천문학적으로 24절기는 태양의 황경이 0도인 날을 춘분으로 해서 15도 이동했을 때를 청명 등으로 구분해 15도 간격으로 나눴다. 90도면 하지, 180도는 추분, 270도면 동지이다. 춘분에서 하지 사이를 봄, 하지에서 추분 사이를 여름, 추분에서 동지 사이를 가을, 동지에서 춘분 사이를 겨울이라고 하며 사계절의 근간이 됐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 땅의 옛 사람들은 24절기에 맞춰 풍습을 달리했다. 입춘에는 콩을 문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대들보·천장 등에 입춘대길 등 좋은 글귀를 써 붙였다.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은 곡우에는 곡우물을 마시러 깊은 산이나 명산을 찾았다. 하지에는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마다 기우제를 올렸다.

농업시대 24절기는 때에 맞춰 해야 할 농사일을 상기시켜주는 알람과도 같았다. 농부들은 청명에 못자리판을 만들고 소서에 농사에 쓸 퇴비를 준비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24절기의 위세는 예전 같지 않다. 기후와 환경변화도 24절기의 존재감 약화를 불렀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의 올해 전국 아침 대부분 기온은 영하였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환경파괴 영향으로 제비의 개체 수가 급감, 서울시 지정 보호종이 된지도 수십 년째다. 처서 지나면 모기 입이 돌아간다고 하지만 요즘은 겨울모기가 극성이다. 이대로라면 입동에도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고 눈 없는 소설과 대설이 일상이 될 지 모른다.

그런 미래는 이미 도래했다. 오늘이 입추지만 여름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 폭우로 피해 본 수재민들 가슴에만 북풍한설 같은 찬바람 불고 있다.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는 백로에는 모두가 푸른 하늘 아래 함박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재앙 앞에 나누지 못할 것은 없다. 윤평호 천안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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