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지음/ 시공사/ 312쪽/ 1만 5000원

올해로 문학 인생 반세기를 맞은 국민 시인 나태주가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들을 솔직담백한 문체로 그려낸 산문집을 펴냈다.

대표 시 `풀꽃`을 포함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감동과 가치를 간결한 단어에 담은 시들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우리에게 산문의 어법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96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다. 특히, 십여 년 전 이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돌아온 이래 더 바쁘고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시인이 엿본 진정한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두 번째 삶을 사는 중인 그가 지나온 생애를 회고하며 가장 소중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각각의 산문과 시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눈앞에 둔 자의 절실한 전언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앞서, 시인은 "시는 밥이요 물이요 공기"라고 자주 말해왔다. 그에게 시는 사치품이 아니라 실용품이다. 시는 그에게 감정의 피뢰침 역할을 해줬다. 삶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을 때도 시가 있었기에 번번이 그 질곡에서 잘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아플 때 약이 병과 상처를 치료하듯 시가 사람들의 감정적 아픔과 위기를 보듬어 주는 필수품이 될 수 있고, 또 그리 돼야 한다고 그는 믿었다. 사람들의 고통, 슬픔, 실패, 불행, 고난에 동행할 수 있는 시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시인이 그가 꿈꾸는 시와 시인의 자리였다. 이와 함께 시인이 나이를 먹고서야 알게 된 것들이 있다. 2007년에 크게 앓고 죽음의 문 앞에서 극적으로 되돌아와 두 번째 삶을 시작하고서야 보이게 된 것들이 있다. 많은 세월을 살고 견뎌 지금에 이르렀고, 날마다 첫날처럼 또 마지막 날처럼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기에 시인은 자신이 늙은 사람인 것이 좋다. 그는 자신의 하루하루가 세상에서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인 버킷리스트의 실천이라고 여긴다. 살아오면서 자신이 품었던 꿈들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얼마만큼 이룬 삶이었는지, 자신이 잘한 일은 무엇인지를 한 가지 한 가지 꼽아본다. 그럼으로써 흔히들 마이너라고 보는 삶의 조건들, 즉 남들이 우러러보지 않는 조건들을 내 삶에서 메이저의 조건이 되도록 바꾸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것들을 어떻게 스스로 보듬어 안고 갈고 닦느냐에 달렸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시간에게서 배우다`, `꽃이 세상에 온 의미`, `길을 따라 또 한 걸음`, `사람들, 고맙습니다`라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산문집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글을 쓰고 공주풀꽃문학관을 일구며 되새기는 생각들, 깊은 산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아련한 장면들, `늙은 아이 시인`으로서 꿈꾸는 미래의 자화상, 언젠가 다가올 생의 마지막 순간에 아내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아들과 딸에게 남기는 가슴 저린 편지에 이르기까지 시인에게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삶의 순간들과 그 순간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을 가득 담고 있다. 그 마음의 편린으로 쓴 문장들은 오늘 우리가 아파하는 곳을 어루만지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어깨를 토닥이는 나태주 산문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인간으로서 교육자로서 남편이자 가장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육십을 넘어선 뒤엔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고비마저 딛고 일어선, 누구보다 아프게 살아온 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은 지금 이 시대를 아프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일어설 용기를 북돋고, 치유의 시작을 열어줄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위로를 건넬 것이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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