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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생명의 주인

2020-08-06 기사
편집 2020-08-06 07: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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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창덕 신부·천주교 대전교구 원로사목자
젊은이가 한 가정을 이룰 시기가 되면 두 가지 은혜로움이 주어진다.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이, 남성에게는 아내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이 은혜로움은 남녀가 서로 이끌리도록 주어진 창조주의 섭리다.

한 부부가 탄생이 되면, 사랑의 결실로 생명을 잉태할 준비를 한다. 부부는 한 생명의 보호자로 불림을 받아 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희생을 한다. 희생만큼 사랑에 휘황한 모습을 주며 새로운 경지로 비상시켜주는 것이 또 있을까?

부인이 임신하면 세 가지 덧을 한다고 한다. 그 하나가 입덧인데, 평소 좋아하던 음식이 당기지 않고, 평소 본인이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태중의 아기에게 필요한 음식이 당긴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몸덧인데 산모가 배가 불러오면서 아이를 보호하려는 민감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고, 생각덧은 태아에 영향을 미칠 좋은 생각을 해 태교를 하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음식과 몸짓과 생각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아기의 보호자가 되게 하는 어느 힘에 의한 것이다.

생명(生命)의 명(命)은 명령(命令)할 때의 령(令)에서 나왔다. 갑골문에서는 전시에 장막 앞에서 사람이 무릎 꿇고 있는 형상으로 풀이돼 있다. 여기에 구(口), 즉 명령하는 입이 합쳐져서 명(命)자가 된 것이다. '설문해자'에서 그 풀이로 "命者,天之令" 즉 명(命)이라는 것은 하늘의 명령(命令)이라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생명이 하늘에서 비롯됐다고 여겼다. 즉 생명의 주인은 하늘이기에, 인간으로서 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하늘의 명을 받드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서 심장은 하루 10만 8000번 정도 뛰며,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양분을 나르기 위해 혈액이 달리는 거리가 2억 7000만km를 달린다니 이는 지구에서 태양을 왕복하는 거리다.

내가 심장을 뛰게 수고하는 것이 아니고, 내 의지로 혈액이 그 먼 거리를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주인이 그렇게 되도록 섭리로서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고 생명 자체로 존엄한 것이라, 그 누구도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물리적이나 윤리적으로 빼앗거나 상해를 입힐 권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자살이 4위고, OECD 국가 중에서 수치스럽게 1위를 차지했다. 자살의 경우 사회적 내지 개인적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으나, 우리나라 자살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유명인의 자살에 대한 모방도 한몫을 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자살이라는 고결한 방법으로 사랑을 이루고 만다는 이야기로 작가는 자살에 아름다운 옷을 입혔다. 화가 고흐, '여자의 일생'의 프랑스 작가 모파상,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네로 황제의 스승인 세네카, 헤밍웨이 등과 같이 저명한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해 젊은이들에게 자살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그러나 자살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잘못된 방법으로 벗어나기 위한 가학적 생명 파괴다.

13세기에 신학을 집대성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살은 타살보다 죄가 더 무겁다고 했고, 단테는 '신곡'에서 자살자가 지옥에서 받는 벌을 타살자보다 더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 18 세기 유럽에서 자살미수를 하면 완전히 치료시킨 다음 교수형에 처했고, 자살에 성공하더라도 그 시체를 끌게 해 만인에게 공개했다. 교회법은 지금도 자살자의 시체는 교회 묘지에 매장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오죽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극한 상황이라도 길은 열려있는 것이다. 길을 막아 자살할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을 만든 세상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자살을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영웅으로 만드는 풍조를 경계한다. 한 인간 생명의 주인은 그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이창덕 신부·천주교 대전교구 원로사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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