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벌써 6개월이 훌쩍 지나고 있다. 계절은 반바지와 민소매가 어울리는 한여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일상은 답답하고 우울하다.

대한민국은 나름 감염확산 저지에 모범을 보이며 선방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에서는 2차 유행 수준으로 감염자수가 또 다시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사회생활과 활동량 감소로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해 의욕저하 및 불면증 등 일명 코로나 블루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를 느끼는 이유 또한 매우 다양하다. 나와 가족이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혹여 감염될 경우 코로나 감염자라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불안, 기업의 실적 악화와 자영업의 매출 감소로 인한 고용과 생계에 대한 불안감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매일 수차례 쏟아지는 안전 안내 문자와 뉴스를 보면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 자제와 사회적 격리 동참이 계속되면서 오는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삶이 무기력하고 점점 우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심리적, 경제적 불안감에 의한 스트레스가 가중될수록 누적된 정신적 고통은 때로 공격성과 폭력성으로 억눌렸던 스트레스를 강하게 표출함으로써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된 이번 감염병 사태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무차별적 언어 및 물리적 폭력 등 끊임없는 각종 인종 차별 사태가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감염 사태를 촉발한 특정 종교 집단과 이태원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 사태 때 원인 제공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강하게 비난을 표출한 예가 있다. 또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택배 기사를 폭행하는 등 크고 작은 폭언과 폭력 사태가 불거진 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외출 자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정 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정 폭력이 20%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에서도 재택근무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등 소위 `집콕 생활`이 늘면서 가사 노동의 증가로 인해 세 집중 한집은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를 경험했다는 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코로나로 인한 개인, 가족, 사회, 국가, 인종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대안은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이지만, 이는 단시간에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코로나 블루와 이에 따른 여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각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된 새로운 환경을 인정하고 적응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사이의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를 강요받고 있지만 특히, 우울한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일정한 시간을 들여 규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등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컨택`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기술의 발달로 직접 만나지 않아도 영상통화나 여러 편리한 SNS의 기능을 활용해서 얼마든지 안부를 묻고 소통할 수 있다. 또 음식은 우리의 기분에 많은 영향을 준다. 제대로 된 건강한 식사는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충만하게 한다.

유례없는 전염병 대유행 시기인 만큼 줄어든 신체적 활동량으로는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부족할 수 있다. 운동은 체내에서 도파민을 방출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우울증 완화에 큰 도움을 준다. 요즘은 집안에서도 유튜브의 다양한 운동 콘텐츠를 활용해서 땀이 흠뻑 나게 운동할 수 있다.

재택과 집콕 생활이 늘어날수록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깨지 않고 늘 하던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기상 및 식사와 수면 시간을 지키고 유지함으로서 일상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의 지름길이다. 요즘은 정보의 홍수가 아닌 정보의 공해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염병의 대유행 시기인 만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뉴스에서 잠시 눈을 떼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불안감과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코로나 블루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 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공감과 위로의 한마디가 아닐까? 난생 처음 겪는 대규모 집단 전염병의 공포에서도 우리를 힘내게 하는 것은 바로 서로의 아픈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벌써 8개월째 접어드는 이 위기는 어떤 수칙을 지켜야 하는지 모든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다만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힘들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서로 어렵고 힘든 이 상황,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프고 힘든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는 공감의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급한 마음보다는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함으로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을 기다리며 서로 신뢰하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모여 실컷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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