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김용언 기자
취재2부 김용언 기자
베트남전쟁의 포화 속 미 국방장관은 아군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차트를 그렸다고 한다. 자국의 내로라하는 대학 교수를 지냈고 세계적 완성차 업체의 사장 출신인 그가 만들어 낸 통계는 체계적이었다.

전사한 적군수와 빼앗은 무기까지 담긴 통계는 아군의 사기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의기양양한 그에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간부는 `통계에 베트남 사람들의 기분이 빠졌다`는 충언을 했다고 한다.

전쟁의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초강대국 미국의 패전이다. 타국의 전쟁사를 인용한 건 코로나19 속 쏟아져 나오는 통계 때문이다.

최근 각종 경제 기관·단체는 장밋빛 통계를 내놓고 있다. 역대 최악의 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파랑새의 날개짓을 언급한다.

하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 긍정적 경제지표와 달리 여전히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탈출구를 찾는 지역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딱하기 때문이다.

대전산업단지의 터주대감격인 한 섬유 관련 업체는 창사 이래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때도 느끼지 못한 벽에 부딪힌 느낌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는 앞선 1-2분기에 견준 상대적 수치일 뿐, 진짜 `코로나 보릿고개`는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고.

그를 비롯해 지역 경제계 종사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통계의 배신`이다. 미 국방장관은 각종 통계를 발표하는 국내 기관·단체일테고, 숫자에 매몰되지 말 것을 충고한 미군 간부는 국내 현장의 경제인들로 비유할 수 있다.

통계는 `숫자의 예술`로 불린다. 수만 가지의 변수를 고려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내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 전망치를 맞다, 틀리다로 싹둑 재단할 순 없는 노릇이다.

경제는 복잡하다. 코로나19라는 역대급 변수가 존재하는 동안 한국 경제는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분 좋은 통계가 시원한 빗줄기처럼 지역 중소기업인의 마음을 적실지는 미지수다.

정말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다. 여전히 경영 압박에 가슴 졸여야 하는 기업인들의 고충은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이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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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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