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지난 7월 교육부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사업의 목적으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1년부터 5년 동안 총 18조 5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전체 학교의 20%에 해당하는 40년 이상 지난 노후 건물을 대상으로 미래학교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탄소 제로(zero) 에너지를 지향하는 그린 학교, 미래형 교수 학습이 가능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 교실, 학생 중심의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 혁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학교시설 복합화라는 4가지 기본 원칙을 두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미래 인재 양성과 미래지향적 친환경 스마트 교육 여건을 구현하려는 목표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계획`이다. 다만 이것이 `실행`되는 데는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앞선다. 18조 원이 넘는 시설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데 정작 사람과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 학교는 학교가 환경 교육의 콘텐츠이자 교재가 되어 유년·청소년기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체득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인데, 학교 단열 성능 개선과 친환경 설비 설치가 교육과정과 생활 환경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지 의문이다. 단순하게 에너지 절약 수준 위주로만 평가한다면 그린 학교가 아닌 그린 빌딩일 뿐이다. 건물 외피의 더블 스킨(Double Skin·건물 외벽 위에 디자인 용도의 외벽을 추가로 시공하는 것)이나 옥상과 벽면 녹화,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 등 학생들이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숲속 교실과 같이 운동장, 놀이터, 명목상 생태공간 등 획일화된 학교 외부 공간에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스마트 교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면 원격교육을 계기로, 전통적 기존 교실의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난 첨단 에듀테크(Edu-tech)의 활용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설비나 기자재 확충과 같은 첨단 기술 구축보다 교수학습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를 끌어 낼 수 있는 교사들의 참여에 따른 혁신과 충분한 지원이 먼저 요구된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체험 교육, 가상공간의 아바타(avatar)를 활용한 소인수 교육, 현장에서 진행하는 실시간 비디오 강의 등 다양한 교육 방식을 위한 과학 기술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이를 상시 지원하는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자칫하면 첨단 기술은 엄청난 유지·관리 비용만 유발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은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진행되면서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그저 일회성으로 머물지 않고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을 통해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 개별 학교의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순차적 예산과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순환 근무하는 교원을 대신해서 지역의 건축사나 대학의 교수를 개별 학교 전문가로 하여 일회성 소모품 식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학교 시설과 관련한 참여와 자문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 SOC 학교 복합화 사업은 행정기관과 교육기관이 서로 협력해 교육환경 혁신과 공공 자원의 활용이라는 큰 그림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 부처간 협력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 정책 결정권자의 초당적 협력과 현장의 시행착오를 인정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전문가와 민간의 참여를 통해 큰 그림을 위한 퍼즐을 맞춰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인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예산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꾸준한 사람들의 참여와 합의, 그리고 지원이 있을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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