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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우리의 숙제

2020-08-04기사 편집 2020-08-04 07: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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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 공급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1978년 고리 원전의 가동을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은 국내 전력생산에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눈부신 기여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최근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최근의 월성원전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증설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크다. 언제까지 이런 갈등이 지속될 것인지, 어떻게 해야 갈등을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

과거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정부 정책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 요즘과 같이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사회적 수용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 방정식을 풀어내야만 한다.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전문지식이 없는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원자력 단체나 일부 환경주의자처럼 원자력의 안전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까지 설득하는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바야흐로 기술적인 '안전'뿐 아니라 환경과의 조화, 주민 수용성까지 갖춘 '안심'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다.

현재는 하늘공원으로 바뀌었지만, 과거 그 자리는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었다. 각종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처분하다 뒤늦게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느라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다. 연탄을 때면 연탄재가 나오듯, 원전을 가동하면 사용 후 핵연료라는 부산물이 나온다. 이 사용 후 핵연료는 고방사능을 띄기에 반드시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분해야 한다. 하늘공원의 교훈을 거울삼아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문제는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필자가 속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지하 깊숙한 곳에 격리하는 직접처분 방식은 물론 파이로프로세싱 같은 대안 기술도 개발해왔다. 원자력 분야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철저한 연구와 검증 없이 현장에서 활용하는 법이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해서 우리 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세대에서 최선의 기술을 선택하더라도, 더욱 안전하고 더욱 효율적인 대안 기술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70만 년 전 시작한 인류문명은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반원자력 운동을 하는 어떤 교수가 사용 후 핵연료와 관련한 특정 연구에 대해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 검증의 과정이 곧 연구의 과정이기에 검증을 통한 오류의 극복이 바로 과학기술의 진보다. 그 교수는 기술이 의심스러우니 검증해보라고 요구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정말 안전한지, 과연 우리의 환경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인지 검증해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원전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국민은 어떻게 하면 사용 후 핵연료를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으로 처분할지 전문가들에게 답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보여주고, 향후 사용할 수 있는 더 좋은 신기술은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검증해내서, 국민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다.

사용 후 핵연료 관리와 관련한 불신과 의구심, 반대의견 또한 원자력계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신에 겁먹고 위축되기보다는 더욱 안전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현재의 난관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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