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누구나 한 번쯤 숙제나 시험공부를 미루다가 코앞에 닥친 후에야 `좀 더 일찍 시작할걸` 하고 후회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이제는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교훈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2일 제천·단양지역에 큰 비가 내렸다. 단양군 영춘면은 258.5㎜,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는 249㎜, 백운면은 218.0㎜로 폭우가 쏟아졌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우량이 약 1200mm인 것을 감안하면 단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것이다.

짧은 시간에 내린 집중호우로 제천·단양지역은 큰 피해를 입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의 중앙선 철도 교량 아래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됐고 제천시 백운면 모정리 인근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고립됐다.

제천지역에서 가장 많은 249㎜의 비가 쏟아진 봉양읍 장평리의 구미마을에 물이 차오르면서 일부 주민들이 고립되기도 했다.

제천시 봉양읍의 한 캠핑장에서는 진입로가 침수되면서 피서객 20여 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단양군 매포읍 매포천이 범람하며 가평-단양간 도로가 양방향 통제됐다. 단양군 영춘면 산에서도 토사가 도로에 쏟아져 내려 일대의 도로 통행이 제한됐다. 제천시와 단양군은 긴급 복구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본래 모습을 회복하려면 상당시간이 걸릴 듯하다.

안타까운 비 피해 소식에 소 잃기 전 외양간 고쳤으면 하는 생각도 드나 소 잃고라도 외양간 고치는 것이 제천시와 단양군의 숙제일 것이다.

해마다 장마철이 돌아오면 유사한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무사안일, 편의주의, 안전불감, 책임전가, 임시방편의 대처로 순간적 위기 모면에 안도하고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온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본다. 이번 제천·단양 집중호우 피해가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개인과 집단 수준에서 재난의 위기와 위험에 대한 체계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제천시와 단양군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작동하는 데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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