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수정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 속 우주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달 탐사를 중단했던 미국은 2017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45년 만에 달 유인탐사를 재개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여성이 포함된 우주인을 달에 보내 장기간 체류시킨다는 계획이다.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한 행정명령의 내용이 화제다. 여기에는 미국인들이 우주에 있는 자원을 상업적으로 탐험·발견·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실현을 위해 달 자원 현지 조달, 즉 ISRU에 착수했다. ISRU는 현지에서 우주인의 생존과 연명에 필요한 산소·물·에너지원 등을 얻는 것을 말한다. 장기 체류할 우주인에게 보급품을 보내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굴·추출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아폴로 11호 이후 달에 발을 내디딘 우주인은 없다. 하지만 일본의 소행성 착륙, 스페이스 X의 재사용 화물우주선 발사 등의 소식은 달의 광물자원 획득을 위한 충분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ISRU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달의 표면은 정전기를 띤 두꺼운 먼지 입자 층으로 덮여 있다. 특히 태양풍과 우주방사선, 은하 우주선이 여과 없이 달의 표면에 도달하고 달 표면에는 크고 작은 유성체의 충돌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달의 표토에는 운석에서만 발견되는 금속이나 희토류 원소, 티탄 철석과 같은 광물자원이 널려 있다. 달에서 ISRU가 가능해지면 미국은 달을 전진 기지 삼아 화성과 소행성 등을 목표로 본격적인 우주탐사에 나설 것이다. 어둠이 세상의 소란함을 한갓지게 누른 밤, 은은히 빛나는 보름달에 토끼 두 마리만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철없는 과학자의 낭만으로만 남을 수도 있겠다. 이수정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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