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경마장 없어진다는데…지금도 죽 쑤고 있지만 이 상권도 곧 무너지겠죠." 2차로 찾아간 허름한 술집 사장은 밑반찬을 깔며 중얼거렸다. 주인장 넋두리에 술이 쓰다. 대전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는 1999년 월평동 계룡건설 옛 사옥에 세 들어 영업을 시작했다. 계룡건설이 2014년 탄방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한국마사회가 건물을 통째로 사들였다. 이 시기부터 교육·주거환경 악화 등을 호소하는 움직임이 일며 정치권으로 시설 폐쇄·이전 논의가 확대됐고 2017년 5월 대선공약으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마사회는 내년 3월 화상경마장 폐쇄를 앞두고 8월 중 건물 처분방안을 확정한다. 경마 건전화 정책과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내고 있는 마사회는 공개입찰 매각을 비중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물 값은 400억 원 안팎이다. 개장 후 21년 동안 대전에서 수 조 원대 매출을 올린 마사회는 건물 기부채납 같은 사회공헌에 인색하고, 마사회로부터 레저세(시세) 3300억 원을 거둬들인 대전시는 지역경제 붕괴를 막아야 할 의무와 책임을 외면한 채 건물 매입에 소극적이다. 비는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응앙응앙 울을 것 같은 월평동에서의 호젓한 이 밤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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