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역사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732쪽/ 3만 3000원)

한류의 역사
한류의 역사
세계 인구의 0.7%를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0.7%의 반란` 또는 `단군 이래 최대 이벤트`로 불리는 한류 열풍에 전 세계가 흠뻑 물들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은 단시일에 일어난 것이 아닌 우리나라가 8·15 광복을 맞은 기점을 시작으로 한류의 싹이 움텄다. 1950년대 데뷔한 김 시스터즈는 미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최초의 한류 아이돌`로 미국 최고의 버라이어티쇼였던 CBS `에드 설리번 쇼`에 `악기를 20가지나 연주할 줄 아는 소녀들`로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어 25번이나 출연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 시스터즈는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해송과 이난영의 두 딸, 이난영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의 딸로 구성된 3인조 걸그룹이었다. `21세기 비틀스`라 불리는 BTS는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다. `기생충`은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한류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는 그 위상이 재평가됨과 동시에 세계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저자는 비교적 실체가 있는 한류의 현대적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해방 이후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분석해 나간다. 특히,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 위에서 피어난 한류의 역사를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에 걸쳐 기록하고 탐구한다. K-pop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등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담았다. 책은 `한류`의 역사인 동시에 `한류론`의 역사로 한류를 둘러싸고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주요 평가들도 동시에 소개한다. 세부적으로 선발자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전략적 집중을 하는 `후발자의 이익`을 한류의 토대로 짚으면서 1990년대 인기 드라마와 대중가요의 일본 진출, `겨울연가` 신드롬,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등 한류의 발자취를 좇는다. 최근 싸이와 BTS, 영화 `기생충`의 성공과 더불어 왜곡된 제작환경 등 한류의 그늘도 함께 다룬다.

이밖에 저자는 한류의 기원을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뜨겁게 발현되는 놀이 문화, 대중문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런 열정을 쏠림 현상으로 전화(轉化)시키는 한국 사회의 소용돌이 체제, 생존 본능으로 고착된 치열한 경쟁 문화 등으로 대변되는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을 그 바탕으로 둔다. 또한, 한류를 성공시킨 키워드로 △뛰어난 혼종화·융합 역량과 체질 △근대화 중간 단계의 이점과 `후발자의 이익` △`한`과 `흥`의 문화적 역량 △`감정 발산 기질`과 `소용돌이 문화` △해외 진출 욕구와 `위험을 무릅쓰는 문화` △`IT 강국`의 시너지 효과 △강한 성취 욕구와 평등 의식 △치열한 경쟁과 `코리안 드림` △대중문화 인력의 우수성 △군사주의적 스파르타 훈련 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대중문화 공화국`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한류의 성공 배경을 설명한다.

이렇게 책의 시공간적 맥락을 통해 한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한국인들이 한류에 대해 느끼는 강한 자부심을 이해할 수 있다. 한편으론 한국의 대중문화는 경제 못지않은 `압축 성장`을 이뤄 `춥고 배고프게` 살았던 시절,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강대국들에 치이는 현실과 대비해 일부 한국인들의 자부심이 `오버`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지만, 한류는 성공에 대한 열망과 판타지, 고통과 시련의 눈물,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혈통주의, 그러면서 착하게 산 자신을 위로하는 권선징악의 메시지 등을 담아낸 `드라마`와 같다. 이처럼 한류의 바탕이 되는 대중문화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으며,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가 대중문화와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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