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건축은 사회를 반영해 왔다. 전통 건축물의 지붕구조 형식이 목재 수급 현황에 맞춰 익공식에서 다포식으로 변화해 간 것처럼 이 시대의 건축 역시 그러하다. 사실 건축물을 제한하는 건축법은 늘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최근처럼 정신없이 빠르게 바뀐 적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법이 생기고 또한 바뀌고 있다.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건축사들조차 숨이 가쁠 지경이다. 바뀌는 법을 건축주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벅차다. 하지만 법이 변화해 가는 방향을 보면 안전과 환경을 반영한 법의 변경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전환점 같다. 그동안 건축은 많은 것을 지어내고 외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건축의 시작 단계부터 한 건축물이 수명을 다하는 해체의 시기까지 건축물 생애 이력 관리를 통한 안전한 건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축물이 계획되고 지어져 건축주가 건물을 사용하고 이후 철거될 때까지 적용해야 하는 각종 법의 종류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건축허가 시점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계획된 건축물을 안전하게 짓기 위해 지질 조사와 더불어 구조 안전 확인과 에너지 절약 계획서 제출, 소방과 기타 분야 법규 준수 등을 반영해 실제 지어질 수 있도록 상세 설계를 한다. 물론 규모에 따라 반영해야 할 법도, 분야도 많아진다. 건축 허가 후 착공 단계에서는 현장의 책임자로 선임된 감리자는 현장 점검 사항과 책임을 강화해(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보다 엄격한 현장 관리를 요구받는다. 시공사의 자격 요건도 강화되었으며, 현장에서 요구되는 조건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시공사는 주요 공정의 사진과 동영상을 감리 건축사에게 제출해야 하며, 감리 건축사는 해당 공정을 현장에서 확인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파일 기초와 지하에 매설되는 구조물일 경우 상주를 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의 준공 단계에서는 요구되어진 각 분야의 조건이 완료되었는지 확인하고 각종 필증을 수합해 준공을 준비하게 되는데, 예전에 비해서 준비해야 할 필증 및 확인서의 종류가 많아졌다. 만약 건축물의 구조가 일부 변경되었다면 구조안전 확인서까지 다시 작성 제출해야 한다. 물론 현장 반영 전 확인은 필수다. 건축물의 수명이 다해 철거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해체 계획서를 작성해 허가를 득하고 감리자를 선임해 감독을 받아야 해체 공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본인 소유의 건축물이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제한을 받고 관리받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앞으로 더욱 안전과 환경을 강조하게 될 것이며 머지않아 건축물의 이력을 온라인에서 검색해 쉽게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유병숙 건축사(갑진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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