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캘리포니아주의 롱 비치에서 열린 테드(TED)에서 아밋 수드(Amit Sood)는 `웹에서 박물관들의 박물관을 만들다`라는 제목으로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and Culture)를 소개하는 강연을 펼쳤다. 전 세계 미술관과 박물관 소장품을 언제 어디서나 별도의 비용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구상이다. 뉴욕현대미술관과 런던의 테이트미술관 등 9개국 17개의 유명 미술관이 참여했던 이 프로젝트는 현재 2000개 이상의 전 세계 문화예술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시각예술 기반의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활성화돼 있다

올해 7월 14일 이응노미술관은 서울과 런던, 대전을 잇는 구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미술관을 온·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접속환경의 시작을 알렸다. 오프라인 전시에서 구글의 초고화질 아트 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만든 디지털 이미지는 표면의 재질과 텍스쳐, 작가의 붓 터치 및 물감의 균열까지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카이스트 비주얼미디어 랩 팀과 함께 초대형 벽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맵핑(mapping) 기술은 관람객들의 몰입감과 집중도를 극대화했다. 또한 구글아트앤컬쳐 온라인 페이지는 400여 점 이상의 아카이브와 작품과 구글의 큐레이션 도구를 활용한 20개 이상의 온라인 전시 등 구글의 최신기술이 집약된 보다 입체적인 이응노의 예술을 전달한다.

구글과의 협업으로 생각해 보게 된 주요한 시사점은 뮤지엄의 디지털 미래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을 통한 예술작품의 발견과 학습이 미술관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구글의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한 방대한 아카이빙 자료들은 빅데이터로 분류되고, 메타데이터로 상호 연관성을 만들며, 인공지능으로 응용한 콘텐츠로 개발된다. 개별미술관을 넘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새로운 연결점과 관점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응노의 작품은 카테고리로 분류돼 관련화파, 동시대 작품, 같은 재료, 같은 대상, 시각적 유사성이 있는 작품 등으로 분류되고 미술작품과 건축물 이미지 등 거대한 시각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확장해 나갈 것이다.

구글의 플랫폼은 미래 신기술 및 문화산업 예술분야의 원천콘텐츠로 활용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큐레이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의 초월적 경험과 감각의 확장은 새로운 문화를 이끌 것이다. 이응노미술관은 이러한 구글의 기술과 콘텐츠들을 전시 큐레이션 방법에 응용해 전시와 교육, 관람객 참여와 마케팅에 새로운 방법과 시도들을 해나갈 것이다.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의 미술관은 가상과 실제세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현시대에 맞게 진화된 새로운 형태의 감각과 사유체계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구글의 콘텐츠 독점을 우려하는 점은 있지만 인류자산 보존과 공익이라는 가치 활동을 구글 자신의 이념으로 내걸었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기회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구글이라는 플랫폼 환경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역할과 주도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디어 변화와 수용에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이응노의 작품을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새로운 해석을 통해 창조적인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이응노 화백의 말과 일치한다.

미래예술의 시도가 이응노미술관을 통해 재탄생되고 있고, 전통과 테크놀로지의 보다 전략적인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세계적 플랫폼의 연결과 확장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