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내 공인중개업소 매물 자취 감춰…부동산 광풍 우려 커

세종시 한 공인중개업소 유리창 벽면. 매물 홍보 알림판이 자취를 감췄다. 이정현 기자
세종시 한 공인중개업소 유리창 벽면. 매물 홍보 알림판이 자취를 감췄다. 이정현 기자
"행정수도 이전 발언 후 매물 아예 없어. 간혹 나와도 프리미엄 너무 붙어 엄두도 못 내"

정치권에서 쏘아올린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세종시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 중복지정에 이번 7.10 대책까지 연이은 고강도 대책에도 세종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26일 오전10시 30분쯤. 세종시 보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 유리 벽면에는 간혹 붙어있던 `아파트 매매`홍보 알림판마저 사라졌다.

비단 이곳만의 현상이 아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 공인중개업소가 즐비한 도담동, 아름동, 새롬동에서도 매물 찾기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됐다.

간혹 눈에 띄는 매물이 나와도 불과 한달 전에 비해 수천~수억 원씩 호가를 높여 부르는 탓에 매수자들은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매달 주말에 한번씩 가족들과 집을 구하기 위해 세종시를 찾는다는 정모(48·청주시)씨는 "아이들 교육이나 투자가치 면에서 3년 전부터 이곳에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면서 "청약은 힘들 거 같아 수년 째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고 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행정수도 이전 소식 이후로는 아예 당분간 마음을 접었다"라며 "간혹 나오는 매물도 프리미엄이 너무 붙어 엄두도 못 낼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값은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7개월간 무려 20.19%가 넘게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세종시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도 지난 5월 0.33%에서 지난달 2.55%로 상승폭이 더 확대됐다.

실제 새롬동 새뜸마을 4단지 캐슬앤파밀리에 전용면적 84㎡는 지난 13일 6억4900만 원에서 현재(23일 기준) 7억8000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3억5000만 원대 거래되던 아름동 범지기마을 10단지 푸르지오(전용면적 84㎡)도 이달 초 5억2000만 원에 실거래 됐다.

사정이 이쯤되자 지역부동산 업계에서는 세종시의 경우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입지 등의 요인은 이제 소비자의 절대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행복도시에 내 집 장만을 계획 중인 이들 대부분은 생활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면서 "어느 곳이든 상대적으로 저렴하기만 하다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인한 수혜가 아무래도 지역에 구분 없이 세종시 전역에 미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시 불어 닥친 세종시 부동산 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개발호재로 인한 집값 상승은 불가피한 현상이라지만, 호가 상승폭이 지나치다는 문제제기다.

이들은 투기를 조장하는 외부세력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실수유자 중심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역의 한 인사는 "과거 노무현 정권을 이은 이명박 정권에서 정치권의 득실놀음에 가로막혀 미완의 행정수도로 출범할 수밖에 없었던 세종시는 말 그대로 투기장으로 전락했었다"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선량한 시민들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피어 오른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이번에야 말로 정치권의 국면전환용 보여주기식 쇼가 아닌 진정성 있는 논의로 전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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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세종시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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