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대한 반란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가히 미스터트롯 열풍이다. `내일은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트로트 붐을 불러일으킨 TV조선이 `시즌2` 격으로 내놓은 남자판 오디션 프로그램인 `내일은 미스터트롯`.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무려 35.7%에 이르렀다고 한다.

TV조선은 `내일은 미스터트롯` 종영 이후 결승진출자 7명인 임영웅·이찬원·영탁·정동원·김호중·김희재·장민호를 출연시켜 `사랑의 콜센타`를 방영했다. 이어 임영웅·이찬원·영탁·장민호를 `트롯맨 F4`로 묶어 작사 작곡을 비롯, 무대매너·패션 감각·퍼포먼스 등을 배우는 `뽕숭아학당`을 만들어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계속했고, 트롯맨들을 향한 다른 방송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이후 이들이 출연한 다른 방송사의 기존 프로그램 시청률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이들 미스터트롯 출신 트롯맨들의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이들은 광고시장에도 진출했다. 트롯맨들은 식품과 패션, 화장품, 렌털 등 업종을 불문하고 광고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러한 미스터트롯 출신 7명의 활동과 관련한 현상을 두고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은 저명한 평론가의 평론을 본 적이 있다.

내용은 이랬다. `이는 최근 대중문화계의 트렌드 중 하나인 반엘리트주의의 반영이다. 핫한 문화현상으로 꼽히는 트로트 열풍부터가 그렇다. 싸구려 취향, 저학력과 가난의 상징으로 폄훼되던 트로트가 문화의 중심에 들어왔다. 엘리트주의에 밀려 주변화됐던 서민 음악의 반란이다. 열풍의 근원지인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 트롯맨들은 줄줄이 스타덤에 올랐다. TV만 켜면 트로트가 흘러나오는 쏠림 현상에 피로감도 크지만 아직은 꺾이지 않는 시청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방송가의 안이함이 맞물려 트로트 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생활밀착형 가사, 흥과 한이라는 트로트의 생명력이 세대를 넘어 통한 결과다. 이는 엘리트주의에 한 방 먹이는 서민성의 승리다`.

필자는 이 평론을 읽고 전적으로 공감가는 탁월한 분석이라고 감탄했다.

반면 트롯맨들의 겹치기 출연이 계속되면서 현재 최고조를 맞은 트로트 유행이 되려 단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트로트 시장에서는 히트곡이 가장 큰 경쟁력이고, 현재 인기의 한계를 넘기 위해 또 다른 히트곡이 절실한데 이들이 타인의 노래만 부르다가 본인의 색깔까지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견해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뭔가 좀 궁금한 점이 있지 않은가.

통상 이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1등을 한 사람만 이후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린다. 1등과 아무리 실력이 대등하더라도 2등 이하로 밀려나면 모든 사람들의 관심에서 금방 잊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떻게 미스터트롯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무려 7명의 트롯맨을 발탁했고, 어떻게 이들이 하나같이 모두 인기를 누리고 있을까?

반면 시청자들은 트롯맨 7명 중 1등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나머지 6명의 등수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이들 트롯맨들의 연령이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점과 방송에서 소개되는 그들만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또 트롯맨 각자의 노래 실력의 우열보다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창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두고 방송사나 시청자들이 과거의 1등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개성의 가치를 더 중시하게 됐다는 문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무리일지는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현상이 개성존중 사회로의 커다란 발걸음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어 이를 계기로 근래에 개성 전성시대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과거 어떤 개그맨은 뜬금없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부르짖으며 시청자를 웃게 했다. 이에 반해 작금의 트롯맨 열풍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대한 의미있는 반란을 일으킨 것 같다.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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