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행정수도에 대한 논쟁 자제를 당부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인천 수돗물 유충 사건 등으로 수세에 처한 정부·여당이 국면전환을 위해 행정수도를 들먹인 만큼 논의에 응하지 말자는 함구령인 것이다. 행정수도가 다른 정치적 이슈들을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당의 의도에 따를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행정수도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하겠다.

사실 통합당 저변엔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피해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공약을 제시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2004년 헌재 위헌 판결로 행정수도 이전을 막아냈지만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수도권 과밀 방지라는 이슈 파이팅을 선점당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정치적 곤경을 겪고 있다. 70년대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를 충청도 금강 일대로 이전하겠다는 `백지계획`을 수립했음을 떠올리면 `지적재산권`이 아쉽고, 다시 논란이 되는 게 못마땅할 것이다.

이런 배경이 있는 통합당이기에 충남 공주 출신 정진석 의원에 이어 당내 대권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장제원 의원 등이 행정수도 논의에 속속 가세하자 지도부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을 터이다. 더 이상 당내 논의가 확산되면 곤란하기에 입단속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국민의 우호적 여론을 바탕으로 국회에 행정수도완성특위 구성을 제안한 데 이어 자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본격 논의에 나설 태세다. 행정수도 이전론이 탄력을 얻으면서 공론화 필요성이 커지는 모양새인데 통합당이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행정수도 완성은 국가의 백년대계와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통합당은 설령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논의 자체를 피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제안에 문제가 있다면 더욱 공론화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을 일이다. 지난해 선거법 패스트트랙 당시 반대만 앞세워 협상을 외면했다가 `4+1공조`에 의해 낭패를 당했음을 상기하면 통합당의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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