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직 취재1부 기자
정성직 취재1부 기자
"대전시체육회 예산의 자율성을 확보하겠습니다."

첫 민선 체육회장인 이승찬 대전시체육회장은 지난 2월 16일 취임 이후 시체육회 예산의 자율성 확보를 가장 먼저 개선할 과제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대전시체육회는 대전시가 사용처를 정해 예산을 내려주면 이를 집행하는 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문제가 이번에 생겼다. 시체육회가 소속 선수들에게 하계 훈련비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체육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체육회는 동·하계 훈련비가 전국체전 관련 예산에 포함돼 있어 훈련비만 따로 빼서 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승찬 회장이 언급한 예산의 자율성만 있었어도 생기지 않을 문제였다.

취재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다.

시체육회 직원이 이번 사태와 관련 "동·하계 훈련비는 전국체전을 위한 훈련비다. 전국체전이 취소됐으니까 안 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고 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기량을 향상 시키기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각종 대회에 출전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하다 보니 시설이 낙후된 저렴한 숙박업소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고, 2인 1실인 방을 3명 내지 4명이 함께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전국체전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훈련에 매진하고, 각종 대회에 출전해 실전 경험을 쌓는다.

시체육회 직원이면 이런 선수들의 노력을 모르지 않을텐데 `전국체전이 취소됐으니 훈련비를 안 줘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씁쓸하기만 하다.

시체육회는 훈련비 지급과 관련해 타 시·도 상황을 보고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없는 예산을 만들어서 주는 것도 아니고, 이미 세워진 예산인데 타 시·도 눈치는 왜 보는지 모르겠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시체육회가 앞장 서 더 많은 지원을 하지는 못할망정 있는 훈련비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선수들의 사기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예산의 자율을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언제가 될지 모른다. 당장 내년부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산 명목부터 세분화하길 첫 민선 체육회장에게 바란다. 정성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성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