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성욱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성욱
`서울은 왜 이렇게 북한 경계와 가까운가. 서울 시민들은 이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북한관련 브리핑 중 한 발언이다. 알려지지 않을 것 같던 이 이야기는 발언 이후 2년이 지나 피터 비건 CNN 국가안보분석가의 기고문에서 공개됐다.

이 뉴스를 접하고 내가 약간의 충격을 받은 이유는, 그의 지적이 옳아서 라기보다 수도 서울의 지정학적 위험성을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우리의 무신경함에 놀라서 였다. 분단된 상태로 70년 긴 시간을 살아온 우리는, 서울은 그저 그 자리에 붙박여 있어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서울에서 불과 24km 위에 휴전선이 있다는 위험천만한 사실은 잠시 잊고 있었다. 다만 그동안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을 하는 서울의 집값에 압도당해 `역시 서울은 다르구나` 하는 위화감을 느끼며 살아왔을 따름이었다.

오늘도 신문지상 한편에서는 인서울(in seoul)을 못할 바에 수도권으로라도 입성하고 싶어 하는 서민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북한이 날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위협해도, 벽안의 미국 대통령이 이상한 서울의 위치를 지적해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본과 인프라는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소비되고 교체될 뿐이다.

나 역시 아파트를 지어 먹고 사는 사람이라서 이런 상황을 나무랄 처지는 못 된다. 그러나 국토의 12%에 불과한 면적의 수도권에 국민의 반 이상이 몰려 사는 현 상황이 과연 상식적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그 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더욱 명명백백해졌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행정수도를 국토의 중앙인 세종으로 옮겼지만 이런 현상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서울을 갈망하게 만들었을까.

우리 모두 이 질문의 답도 해결방법도 알고 있지만 수도권 거주민 중 누구도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2 수도가 세종으로 낙점된 것은 실상 위치의 문제 때문은 아니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 때문이었다.

민선7기 정부는 출범과 함께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지방분권 강화와 균형발전을 과제로 삼았다.

정부의 국정과제를 비웃듯 서울의 집값은 새 정부 들어 더욱 급등했다. 이를 바로잡고자 최근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새로운 정책을 다수 입안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빠른 길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지역이전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에 지나치게 집중됐던 자본과 인구는 자연스럽게 흩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해외에서 돌아오는 유턴기업들을 수도권에 먼저 정착토록 한 정부의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지역에 살고 있는 대다수 기업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에 나날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고강도 부동산정책 같은 것은 강 건너 불 구경 같은 이야기다. 내 발등의 불이 먼저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서울에 투자할 재원을 지역에 분산 투자해주기를 바란다.

지역이 잘 살아야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향한다. 민선7기가 가기 전 약속했던 혁신도시 공기업 이전도 조속히 마무리 지어지길 기대한다.

지역이 나름의 품격과 터전을 갖춰 발전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돌아봐달라.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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