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부치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장
하미드 부치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장
필자는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장으로 오기 전까지 대전을 잘 알지 못했다. 대전을 한국의 큰 도시 중의 하나로만 알고 있었지 첨단산업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필자는 예순을 넘기는 동안 유럽의 경영대학원에서 창업센터를 키우는 데 20년을 보냈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창업 블루오션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전은 창업 블루오션의 출현이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안타깝게 생각한다.

솔브릿지에서 학장으로 일을 시작하며 대전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은 필자에게 좋은 소식이었고 대전을 새로운 고향으로 생각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난 10개월 대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대전지역의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잘 이해하게 됐다. 필자는 대전의 발전이 실리콘밸리로 발전하느냐. 아니면 보스턴 128번 루트(128번 고속도로 주변)의 전철을 밟느냐의 갈림길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대전이 실리콘밸리보다는 보스턴 128번 루트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진다. 1970년 중앙정부와 지역 인사들이 대전을 혁신의 명소로 만들고자 했을 때, 당시 실리콘밸리는 과수원이자 농업지역 이었다.

같은 시기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을 중심으로 벨트웨이인 128번 루트를 따라 등장한 생태계는 전 세계 많은 정부에게 영감을 준 모델이었다.

128번 루트 모델은 기술이전 사무소와 계약을 통해 상용화되는 과정으로 이노베이션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MIT공과대학과 하버드대학교는 이 같은 생태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대전은 128번 루트 모델이 각색되면서 대덕과학단지와 카이스트가 탄생했다. 128번 루트 기준에서 대전은 놀라운 성공사례다. 하지만 128번 루트 모델의 한계로 보스턴 지역과 대전이 실리콘밸리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

하버드 교수인 애너리 색스니언은 1994년 2월 1일 자 Inc. 잡지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128번 루트는 비교적 수직으로 통합된 소수의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그것의 산업 시스템은 주로 그들 자신에게만 의존하는 독립된 회사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업문화와 충성도는 기업과 고객, 공급업체나 경쟁업체 간의 관계를 지배하며 안정성과 자립을 촉진하는 지역문화를 강화했다. 기업계층구조는 권한이 중앙집권화 된 상태를 유지하고 정보가 수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기업과 기업 간, 그리고 기업과 지역기관 간의 경계가 독립기업 기반 시스템에서 뚜렷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혁명은 대기업과 연구소와 거래하는 기성 기업, 개인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배고프고 파괴적인 기업가들에 의해 추진된다.

그것은 항상 입증된 과학이나 기술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에어 비앤비, 우버를 생각해보자.

이 젊은 글로벌 거인들은 모두 과학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의 기업가들과 벤처투자가들을 끌어 모았다. 고립과 프라이버시 대신 네트워킹과 정보공유가 표준이다.

대전이 진정한 실리콘밸리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도시가 돼 모든 형태의 창의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대전 브랜드의 국제적 홍보를 통해 기업가 정신과 혁신으로 다른 아시아의 핫스팟 들과 경쟁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기업가들과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전은 계획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국제적 인재를 겨냥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야 한다. 외국인 주도의 창업지원에 중요한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대전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을 가질 만할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역동적으로 발휘되는 세계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하미드 부치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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