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C. J. 튜더 지음·이은선 옮김)= 다크 웹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며, 요청한 의뢰가 실행되면 반드시 신세를 갚아야 하는 복수 품앗이 조직 `디 아더 피플`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억울한 일이 일어났는데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느낄 때, 누구나 한 번쯤 사적인 복수를 상상해봤을 것이다. 소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등장인물들은 끔찍한 사건·사고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도 자신과 관계없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며 지극히 평범한 자신에게 벌어질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운명의 장난 같은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그때야 `다른 사람들`의 일이 언제든 자기의 일이 될 수 있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잔인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디 아더 피플에 도움을 청하고 거절할 수 없는 다른 복수극에 얽혀들며 사적 정의를 실현한다. 소설은 여러 흉악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 수위 논란이 일고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진다. 다산책방·460쪽·1만 6000원

△사라진 밤(할런 코벤 지음·노진선 옮김)= 15년 전 기차 사고로 쌍둥이 동생 리오를 잃고, 같은 날 여자 친구 모라가 행방불명돼 버린 형사 냅은 그날의 기억에 사로잡힌 채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한 형사로부터 모라의 지문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은 냅은 15년 만에 나타난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며 다시 한 번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마을 근처의 버려진 군사 기지와 동생의 죽음이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작가는 마을 근처 버려진 군사 기지의 비밀과 고등학생 특유의 또래 문화가 만드는 비밀 클럽 등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각종 장치 사이로 사이버 댓글 테러와 희생자 조작, 동영상 고발, 클라우드 해킹 등 최근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문제들을 배치한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추억과 향수 속에 묻힌 잔인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평화롭고 아기 키우기 좋은 마을로만 비치는 지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문학수첩·424쪽·1만 3800원

△나를 데려가(욘 A. 린드크비스크 지음·남명성 옮김)= 예로부터 인간에게 삶의 터전이자 생명을 위협하는 천적으로 군림해온 바다를 소재로 삼았다. 이야기의 무대는 스웨덴의 외딴 군도 도마뢰로 해도에서도 찾기 힘든 이곳에서는 먼 옛날 어획량에 대한 미신 때문에 주기적으로 바다에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왔다. 세월이 흘러 당국의 단속과 조치로 인신공양 풍습이 사라지고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과거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마치 바다가 스스로 제물을 데려가려는 듯 사람들이 또다시 소리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태풍에 휩쓸려서, 물에 빠져서, 혹은 그저 이유 없이 바다에서 사라져간 이들은 마을 사람 각자의 기억에 들러붙어 있다. 작가는 그중 어린 딸이 실종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의 틀 안에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겨울 풍광과 대자연에 대한 오랜 공포심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문학동네·608쪽·1만 8000원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하완 지음)= 저자는 누구나 "나답게!"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정면으로만 나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하는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자유를 선언한다. 정면 승부만이 정답처럼 여겨지는 치열한 시대에 맞서는 느슨한 반항이다. 일상의 자연스러운 습관과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아간다. 특히, 한 개인이 자신이 무얼 먹고, 마시고, 입고, 듣고, 읽고, 보고, 생각할 때 가장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가 되는지 깨닫게 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흔해서 식상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특히 책은 외부의 불확실성에 흔들리기보다 내면의 확고한 메시지를 따라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남의 기준과 세상의 잣대에 나를 끼워 맞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여기에 작가가 직접 그린 경쾌하면서도 묵직하게 핵심을 찌르는 한 컷 그림이 책을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세미콜론·280쪽·1만 6000원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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