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전쟁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256쪽/ 1만 6000원)

가루전쟁
가루전쟁
세계 역사와 판도를 바꾼 가루인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등 6가지 가루들의 이면에 숨겨진 시대적 사건들과 일화를 탁월하게 설명한다.

첫 번째로 소개된 가루인 설탕은 사탕무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덥고 습한 기후에서만 자라 소금보다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다. 이에 따라 설탕을 얻기 위해 중동에 침입한 십자군은 이슬람 세력이 제안한 동맹을 거부하고 전쟁을 일으켰다. 이후 십자군이 중동에서 물러나자 유럽인들은 설탕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붙잡아 온 흑인들을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낸 아픔의 역사가 설탕과 관련된다고 말한다.

설탕과 비슷하게 소금도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가루로 설명된다. 공장에서 만들어내기 전까지 소금은 글자 그대로 작은 황금이라고 불렸다. 이 소금을 팔아 큰돈을 번 상인들이 출현해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사건을 소개한다. 특히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룬 것은 간디의 소금 행진이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한다.

특히 후추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도 소개한다. 인도와 동남아가 원산지인 후추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지 못하고 유럽인들은 후추를 얻기 위해 동방지역으로 함대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배가 태풍에 휩쓸리거나 더위와 괴혈병에 걸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결국, 후추 쟁탈전은 십자군 전쟁과 대항해시대를 여는 발단이 됐다고 말한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밀가루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흔히 밀가루는 빵과 라면 등 온갖 음식에 들어가지만,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밀가루는 대부분 중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 오는 물건이었다.

또한, 커피 공화국이라 할만큼 우리나라에도 익숙한 커피도 15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이 존재 자체를 몰랐지만 16세기에 들어 터키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커피가 유럽에 전파된 후 프랑스혁명을 계획한 장소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라는 역사적 사실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초콜릿은 멕시코의 아즈텍제국이 스페인 군대에 패배하기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바깥사람들은 초콜릿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향후 초콜릿이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꾸는 데 영향을 끼친 역사적 일화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가루들이 어떻게 세계 역사를 바꿨는지와 그 안에 깃든 역사의 아픔까지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한다. 또한, 우리 일상에 익숙하게 퍼진 가루를 통해 세계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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