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뚜렷하다고 한다. 꽃망울 터트리는 봄,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 수확의 계절 가을, 그리고 눈의 계절 겨울. 사계절을 생각하다 보면 벌써 한 해가 다 간 듯하다. 이 좋은 사계절 안에 끼어 있는 계절(?)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장마. 누군가는 이를 두고 오(五)계절 이라고도 한다. 짧지만 무덥고 습한 기운으로 우리를 쉽게 지치게 하고 불쾌지수를 끌어올리는 악마 같은 기간. 장마기간은 1개월이지만 많은 비와 이로 인한 습기로 그 피해는 결코 적지 않다. 해마다 장마철 비로 인한 피해는 반복되지만 좀처럼 예방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하계 휴가철을 대비해 건축물 안전점검을 다녀온 적 있다. 휴가철, 여행 등 7-8월을 중심으로 기상청의 폭염일수 예보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여행 확산에 따른 다중이용시설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건축물 주변 배수로, 담장, 축대 등 옹벽을 점검해 많은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건축물의 경우 마감재에 가려진 부분이 많아 시각적 점검에 한계를 갖는다. 용도변경, 임차인 변동으로 인해 주요 구조부 손상, 균열 등은 인테리어 시공으로 감춰지는 현실에 아쉬움이 남게 된다.

대다수 관리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지하층 결로 현상 및 비상탈출구 물건 적치다. 비상탈출구에 적치된 물건은 다른 곳으로 이동, 비상 통로를 확보할 수 있으나 결로 현상은 벽체의 방습문제, 미세 균열에 의한 침투성 누수, 그리고 배수시설 고장으로 인한 침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하층 대부분은 건축물의 냉난방을 위한 기계실, 전기(발전기)실, 저수조 등 설비 관련 시설이다. 배관의 파손, 누수, 부식, 유지관리 상태를 점검해 시설물 생애이력관리와 화재 예방에 대비한다. 내부 마감재 중 화장실 및 주방 등의 타일은 대다수 습식 시공으로 진행되므로 타일의 배부름이나 주기적인 터짐소리 및 균열을 관찰해 벽체의 변형을 의심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주차 건축물의 안전상태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주차건축물은 철골조로 시공돼 벽체 접합부위 자재의 분리로 누수현상이 발생한다. 외부에 노출된 철골의 경우 열에 의한 인장과 수축의 반복으로 마감재와의 접합부분 이탈 가능성에 관리가 필요하다. 철골구조물의 구조내력 저하 여부는 도장재료 마감 및 부식상태와 형강 등 관련부재 변위·변형·휨 상태로 파악할 수 있다. 전기설비의 경우 가정에서는 누전차단기 확인과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자제 등 전기 시설의 정상 작동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배선 불량이 확인되면 교체해 누전으로 인한 화재 예방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전기시설을 많이 사용하는 시설에서는 정기점검 관리업체에 의뢰해 비상 발전기 및 예비 비상정원 확보가 가능한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승강기는 전원이 비상전원으로 작동되는지 꼭 확인한다.

가스설비 관리는 가스용기 관리상태 및 가연성물질 방치 여부, 가스차단기, 경보기 등 정상 작동 여부, 가스밸브 노후여부, 배관매설, 고정상태, 가스관 부식 및 손상여부, 가스보일러의 흡, 배기구시설 설치 상태 등을 가스설비 시공업자에게 의뢰해 폭발에 의한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건축물 주변 지반의 침하 또는 돌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지하수위 변동으로 인한 사항이 많으므로 지속적인 관찰로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지반 침하는 상하수도관 파열로 이어져 주변 시설 손상 및 오폐수 시설 파손으로 인한 악취도 발생하게 된다. 건축물 내외부 마감재는 계속 변화되고 있다. 주요 구조부를 보완하는 마감재도 개발돼 노후 건축물의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탈락 또는 부속철물의 부식에 의한 사고예방을 위한 점검에는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자연재해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인재(人災)를 최소화하는 것과 같다. 이맘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와 태풍 등 자연현상에 상시 대비해야 더운 여름을 무사히 지나고 더욱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을 반갑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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