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과학도시연합 국제행사 개막 [사진=연합뉴스]
2019 세계과학도시연합 국제행사 개막 [사진=연합뉴스]
대전시가 해외 과학기술도시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하는 `세계과학도시연합`(WTA)의 존치와 해산 카드를 든 채 미적거리고 있다. 1998년 창립 이후 22년 동안 축적된 국제도시간 유·무형의 교류자산을 헌신짝 버리듯 폐기하기엔 아쉽다는 존치론,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여파에 국내외 대면 접촉이 어려워졌으니 해산해야 한다는 무용론이 두 가지 경우의 수다. 대전시는 스스로 WTA 결성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100여 개 도시·기관회원에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하는데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WTA는 대전시 민선 초기인 1996년 11월 9개국 20개 도시 대표단이 참가한 `세계과학기술도시 국제심포지엄`에서 조직 결성의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어 이듬해 6월 WTA 헌장 발표, 공동선언문 채택으로 1998년 9월 창립에 이른다. 당시 회원은 10개국 23개 도시에 불과했으나 현재 49개국 55개 일반회원, 58개 기관회원으로 외연을 넓혔다.

지난해 10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삶과 지구를 위한 스마트시티`라는 주제 아래 열린 WTA 국제행사에는 회원도시 시장, 과학기술분야 연구원과 교수 등 1000여 명이 찾아와 세계혁신포럼, WTA 대전하이테크페어, 유네스코(UNESCO)-WTA 국제공동워크숍 등 일정을 소화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역시 WTA 회장 자격으로 개·폐회식 등 주요행사에 참석, "이번 행사가 지속가능한 삶과 지구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 들어 WTA의 존폐를 가를 복병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WTA 정책과 사업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WTA 총회는 오는 10월 21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스페인 남부 항구도시 말라가(Malaga)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현지 감염병 확산 여파로 공식 연기 요청이 접수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일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기준 26만 255명에 달하고 2만 8420명이 숨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말라가시 측에서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WTA 총회 연기를 공식 요청해 내년으로 미뤘고 현 시점에선 내년에도 개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세계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정착하는 추세에서 해외 회원도시들이 참여하는 WTA 정기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게 가장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존치 또는 해산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해명과 달리 일각에선 대전시가 이미 WTA 해산 쪽으로 기울었다는 설도 나돈다. WTA 운영에 대전시 예산이 매년 15억 원 가량 투입되고 이외엔 회원도시로부터 받는 회비 등 가용재원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한 인사는 "시 주도로 WTA를 설립한 까닭에 회원도시로부터 연회비 등을 걷는 게 쉽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20년 넘게 쌓은 국제교류 경험을 한순간에 허물기는 더 아깝다"며 "비대면으로 만나는 수단을 강구하거나 재원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WTA의 국제교류 자산을 지역발전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