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우려와 달리 '안착'…일부 꼼수 근무엔 여전히 '우려'

주 52시간제 [그래픽=연합뉴스]
주 52시간제 [그래픽=연합뉴스]
"도입 초기 제대로 운영될지 우려가 있었는데, 현재는 종사자 대부분 만족해하는 것 같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에서 도입 1주년을 맞는 유연근무제가 당초 우려와 달리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삶의 질 제고에 큰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 때문이지만 일각에서는 유연근무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얌체 근무에 우려의 시각도 여전히 상존한다.

20일 지역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대덕특구에도 `선택적 근로 시간제` 등 유연근무제가 본격 도입, 운영중이다.

선택적 근로 시간제는 주당 법정 근로 시간인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미포함)을 기준으로 2주 동안 80시간만 근무하면 출·퇴근 포함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기관별 차이는 있지만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집중근무시간(코어타임)을 지정, 이 시간엔 휴가를 제외한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적용할 수 없게 했다.

호응은 매우 좋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도입 초기만 해도 서로 눈치 보느라 유연근무제가 제대로 운영될 지 의심이 많았다"면서 "현재는 오히려 부서장이 일 끝났으면 퇴근하라고 적극 장려하는 등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다른 연구원 관계자는 "주중에 보기 힘들었던 은행·병원 일을 보는 등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선택적 근로 시간제 기준 기간을 현 2주에서 1개월로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유연근무제 확대 추진을 위해 내부 검토 중에 있고, 한국기계연구원은 근무 시간을 본인 의사에 맡기는 `재량근로시간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다만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남용 사례 때문이다.

일부 기관에선 월요일 오전과 금요일 오후에 코어타임을 운영하지 않는다. 일부 종사자들은 이를 이용해 월요일 오전과 금요일 오후만 콕 집어 근무를 빼고 있다.

대덕특구 한 관계자는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 회의는 고사하고 금요일 오후만 되면 특정 직원들이 퇴근한 경우가 많다"며 "그날마다 담당자 부재로 업무 협조에 애로점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기 권리를 챙긴다는 데 문제를 제기할 순 없지만, 조직 내에서 선의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자정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과거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밤샘작업을 기피하지 않던 시절에 비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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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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