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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종교육, 판은 벌어졌다

2020-07-21기사 편집 2020-07-21 07: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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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정유숙 교사
지난 10년간 한국의 학교는 교육의 원형과 본질을 찾는 일에 몰두해 왔다. 그 연장에서 세종교육 역시 학교혁신 일반화라는 굵직한 획을 긋고 있다. 교실 변화를 이끌던 흐름은 학교 담을 넘어 마을을 잇고, 학교를 시민이 탄생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신도시 신설학교들의 안정적 안착이라는 당면 과제를 넘어 공교육의 가치와 의미를 공고히 한 셈이다. 단언하자면 세종교육 6년은 교육의 본령을 회복하고 새로운 학교에 대해 탐구하고 도전하는 시간이었다.

폐쇄적인 교직 문화를 개방하게 된 데는 전문적학습공동체의 단단한 힘이 컸을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처럼 공교육 최후의 보루에는 교사들의 조직된 전문적 열정이 있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세종교육청의 업무합리화 방안들을 큰 치적으로 꼽는다. 학교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각종 지원센터들이 생겨났고 학교가 감당해야 했던 소모적이고 반복적인 행정을 공통으로 이관했다. 현장 교원의 시각에서 교육청 업무를 전수 평가하고 되짚으며 관행을 덜어낸 일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학교는 학교의 숨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단위학교에 결정권과 자율성을 주는 행정 방식도 현장의 공기를 바꿨다. 신뢰 속에서 집단적 성숙을 경험한 교육 주체들은 갖게 된 권한을 사유화하지 않고 공적 책임으로 전환해낸다. 배움을 자기 완결로 고정하지 않고 외부에서 끝없는 자기형성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라 터득하게 되니 서로가 귀하다. 골방에서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대신 내가 딛고 있는 둘레를 살피며 배운다. 그가 속한 실천 사회에 문화적으로 참가하게 된다. 이윽고 학교교육은 시민교육이라는 뚜렷한 지향을 갖게 되었다. 세종형 학력은 학생뿐 아니라 학교에 드는 여러 교육 주체를 대상으로 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어른의 전형으로서 교사와 학부모 역시 '생각하는 사람,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 간다.

"해 봐, 해 봐 , 실수해도 좋아."

만화영화 주제곡의 노랫말만이 아니다. 세종교육이 펼친 판은 덧마루 위 높이 제작된 무대가 아니라 원형의 열린 판이다. 엄선된 가수와 배우, 고정된 관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객석의 경계가 없는 이곳에서 청중은 들러리가 아니라 구성자이다. 풍경 역시 전면의 무대와 앞선 이의 뒤통수가 아니라 지름 너머에 있는 건너편이 된다. 교차하는 다차원적 시선과 집단적 반응 안에서 크고 작은 분절은 박자가 되고, 호흡이 된다. 울퉁불퉁한 지형에선 때론 난장이, 때론 마당극이 펼쳐지고 그 안에 든 사람들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함께 풀어낸다. 원형의 판에서 아이들은 학생 자치를 꿈꾸고 자기 해석과 숨을 담은 신명은 동심원을 따라 출렁인다. 반응은 연쇄되고 분위기는 상승한다. 세종교육은 상호교섭의 열린 장으로서 작동하는 자치의 판인 셈이다. 그리고 판은 이미 벌어졌다.

그동안 세상이 묻고 교육은 답해 왔다. 학교는 어떤 곳이고,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냐고..... 이제 교육이 묻고 세상이 답할 차례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맞이할 세상은 어떤 곳인가를.

정유숙 소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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