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중앙은행은 위기대응 자산매입 프로그램(3조 8000억 원) 중 일부를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하고, 기후변화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조직운영 전반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물가안정, 금융안정 등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책무로부터 한참 벗어나 보인다. 여타 중앙은행들도 기후변화 대응 전쟁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최근 금융의 미래(Future of Finance) 보고서에서 금융회사를 적절히 지원함으로써 영국경제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은 지난해 말 기후변화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기후변화가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은행도 조직을 신설해 금융측면에서의 기후변화 대응과제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중앙은행까지 걱정하고 나설 정도로 심각하다.

전 세계 150여 개 국가가 파리협약을 체결하고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낮추자고 하였으나, 온도는 계속 오르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형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은 돈이 들기 때문에, 특히 산업화가 늦게 시작된 국가일수록 더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된 탄소의 절반 이상은 최근 30년간 발생하였다. 유엔이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협약을 만들고 과학적 합의를 알렸음에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그 위험성을 인지한 이후 오히려 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다.

이제는 환경파괴로 인한 인류의 종말은 피할 수 없고 단지 늦출 수 있을 뿐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고 사람들이 활동을 못하게 되자 지구환경 보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하늘이 푸르러지고 공기가 맑아졌다.

인도 북부 잘란다르에서는 160km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산 봉우리를 볼 수 있게 됐고. 봄이면 우리나라에 찾아오던 미세먼지도 금년 5월에는 지난해보다 63.5%나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각국은 우선 환경보호보다 시급히 대처할 게 많지만, 결국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 성장모델로의 이행은 필연적이다.

주요국의 코로나 경제위기 회복 프로그램에서 그린 패키지는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녹색을 띠느냐도 큰 관심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4조 위안의 대규모 부양정책으로 경기는 빨리 회복시켰지만 `Airpocalypse(공기와 종말의 합성어)`로 불리는 보건위기를 초래했다. 당시 환경파괴에 따른 비용은 중국 GDP의 3.5% 수준이며, 2010년 120만 명을 기록한 조기 사망(premature deaths) 급증도 이와 연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대응에서는 중국이 친환경적 방향을 선택해 녹색 회복(green recovery)을 이뤄내길 바라본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 두 축을 이루고 있는데, 그 중 그린뉴딜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친환경·저탄소에 기반을 둔 그린경제로 사회 구조를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지역도 친환경 사회로의 구조전환이 긴요한 상황이다. 충남은 석탄화력발전이 30기로 국내 전체 60기의 절반이나 밀집해 있는 데다 제철·화학 등 주력산업의 특성으로 대기오염 배출량 국내 1위이다. 충남도청은 최근 충남형 그린뉴딜 사업 추진을 선언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고 있다.

모쪼록 충남형 그린뉴딜 사업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한편, 지역사회가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친환경 신성장동력을 구축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최요철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