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나무에게 빚진 존재다. 마땅한 열원이 없던 시절 겨울이면 나무 땔감으로 추위를 견뎠다. 무더운 여름은 노동의 수고로움을 나무 그늘 아래서 달랬다. 이제 장작을 비축하지 않아도 겨울을 날 수 있고 실내는 에어컨이 보급된 지 오래다. 실외는 나무를 대신해 그늘막이 등장했다. 도심 사람 왕래가 잦은 주요 횡단보도에 설치된 그늘막은 송곳같이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요긴한 쉼터가 되고 있다.

그늘막의 원조는 가로수다. 가로수의 이점은 그늘막 보다 윗길이다.

독일의 한 저널은 "가로수는 도심 자동차의 과속을 줄여준다. 보행자의 안전에 기여한다. 가로수길의 상점들이 번화가 쇼핑몰에 비해 약 20% 평균 소득이 높다. 햇빛이 내리쬘 때 가로수는 5~15℃를 떨어뜨린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감소시킨다. 가로수와 숲이 조성된 지역의 하기 에너지 비용은 아스팔트 도심 지역에 비해 15-35% 절감된다"고 가로수의 유익함을 소개했다. 미국의 조경가 댄 버든은 "가로수 한 그루를 심고 3년간 돌보는 비용이 250~360달러, 나무에서 되돌려 받는 이익은 9만 달러"라고 썼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지역을 살리고 사람에 투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나무 심기`를 강조한다. 김민식이 쓴 `나무의 시간`에 실려 있는 안도 다다오의 격정적인 육성이다.

"우리는 지금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또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뉴스를 들으며 살고 있다.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고, 나라가 분열되고 있다. 나는 이 재앙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지는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다.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간직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건축과 특정 장소에는 특히 나무가 필요하다. 나무는 풍경을 만든다. 나는 이 풍경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립한 세토우치 올리브 재단은 산업 폐기물로 가득 찬 테시마 섬에 100만 그루 나무를 심어 자연을 살리는 안도의 의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한다. 보행자를 배려한 인공 그늘막도 반갑지만 넉넉한 나무가 일상 곁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도시를 구원한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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