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김용언 기자
취재2부 김용언 기자
어느날 중국 송나라의 농부는 횡재를 했다. 달리던 토끼 한 마리가 밭에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더니 목이 부러져 죽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행운이 따르자 부지런했던 농부는 요행수를 바라기 시작했다. 밭일을 내팽개치고 나무만 쳐다본 이 농부의 어리석음을 두고 중국 고사에는 `수주대토`라고 했다. 타국의 고사를 인용한 건 대전산업단지 재생을 놓고 벌어지는 늑장 행정 때문이다.

반세기 가까이 지역 경제 발전의 심장 역할을 해 온 대전산단은 최근 변화를 꿈꾸고 있다. 연기를 내뿜는 `굴뚝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인 첨단 산단 조성을 목표로 말이다.

현재 도로를 포함해 새로운 산단의 골격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덧붙여 대전시는 산단 재생을 위해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일부 업체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대체부지 마련이 어렵고 공장 이전 보상 등에 쓰일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게 시의 해명이다. 이렇듯 대전 산단 재생은 넓은 멍석을 깔아놨지만 교자상은 커녕 냉수 한 사발 먹기도 힘든 상황이다.

"돈이 없다는데 어쩌겠어요…" 산단 한 입주 업체 대표의 푸념은 일견 `예산 부족은 불가항력`이라며 지자체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게 지자체의 몫` 아니냐는 물음표로 돌아온다.

시는 "공장 이전 등을 지자체가 강제할 수 없어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항변한다. 대체부지로 점 찍은 곳에서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전 보상비가 전체 사업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건 애초 설익은 계획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무릇 지자체 행정에는 과정과 결과가 뒤따른다. 닦달 끝에 결과물을 강요할 순 없지만, 풀어가는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군색한 곳간은 정부를 설득해 채우거나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 짜봐야 한다. 산단 재생의 필요충분조건이 된 일부 업체 이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껏 멋을 부린 사람이 탈의실에 들어가 누더기 옷을 입고 나올 순 없는 노릇이다. 단 한 마리의 토끼도 얻지 못하고 뒤늦게 밭을 돌아봤지만, 잡초만 우거진 중국 고사 속 농부의 우매함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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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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