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못다 한 북한 이야기 (구자룡 지음/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272쪽/ 1만 6000원)

중국에서 못다 한 북한 이야기
중국에서 못다 한 북한 이야기
오랫동안 중국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약한 동아일보 구자룡 논설위원이 북한은 어떤 모습이고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중국이라는 창(窓)을 통해 엮어냈다. 저자는 지난 10여 년의 기간 중 두 차례 약 6년 8개월간 베이징 특파원과 1년간의 연변과학기술대 연수, 여러 차례 중국 출장 취재를 하며 경험했던 북한 관련 이야기들을 담았다.

북한이라는 폐쇄된 국가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국은 창과도 같은 곳이다. 다양한 부류의 북한인들이 건너와서 활동한다. 이들을 통해 두만강 압록강 변경에서 양국 관계의 기상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불과 몇 년 사이 북한에 대한 정보 환경은 크게 변해 와이파이가 설치된 평양 고려호텔에서 카카오톡을 보내고 북한에 있는 많은 익명의 정보원들이 외부로 소식을 전한다. 중국이라는 창을 거치지 않고 북한 내부를 직접 접할 방법이 많아졌다. 이처럼 세상이 변해 수년 전 중국이라는 창으로 본 북한의 모습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과거의 창에 비친 북한의 모습 속에도 북한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읽는 단서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북한과 중국 간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며 중국 대북 창구로 불리는 단둥을 중심으로 구석구석에 배여 있는 북한의 모습을 찾아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출신 미국 국적자로 17년간 북한을 드나들며 사업을 하다 북한 당국에 체포돼 10년 교화형을 선고받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구출된 김동철 박사, 평양에 과학기술대를 세운 김진경 박사, 청년 시절 김일성이 중국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할 때 목숨을 구해준 한족 중국인 친구의 아들, 그리고 대북 제재를 어기고 금수 물자를 북한에 공급하다 무대에서 사라진 한족 여성 사업가인 훙샹집단의 마샤오훙 등 4명의 북중 경계를 넘는 스토리의 일부는 국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없다. 또,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된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 최고지도자가 된 뒤 8차례 중국에 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암행 방중, 현송월 단장이 이끌던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무산 기록, 중국을 떠도는 탈북 여성들의 가슴 아픈 사연 등도 소개한다. 이밖에 탈북자로 의심받아 변경파출소에 억류되고, 취재를 마치고도 한 줄 기사로 쓰지 못한 사연 등 중국에서 북한 취재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등도 흥미롭다.

책은 심각한 담론이나 깊이 있는 분석, 깜짝 놀랄 취재 비화 등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 북중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소재와 화젯거리를 제공한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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