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8720원으로 결정됐다. 어제 새벽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된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8590원에 비해 1.5%가 오른 것이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와 고용 상황, 노동자의 생활 안정, 현장의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가 내린 결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하며 위기극복을 위해 하나의 팀으로 보조를 맞춰 함께 뛰어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용해줄 것을 에둘러 촉구한 셈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을 비롯해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등을 놓고 사용자측과 근로자측 위원 간 충돌을 빚어왔다. 지난 1일 4차 전원위원회 당시 노동계는 올해 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이에 맞서 올해보다 2.1% 인하된 8410원을 제시해 간극을 드러냈다. 결국 여러 차례 조정에도 불구 합의안이 나오지 않자 정부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측이 제시한 1.5% 인상안으로 최종 결정했다.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어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중재에 나섰던 공익위원들은 전원회의 직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 유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함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일자리를 줄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에 더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1.5% 인상안의 산출 근거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 등을 합산했다고 한다. 논거의 타당성에 대한 반론도 있지만 고심의 흔적도 엿보인다.

앞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안을 고시하면 이의제기가 가능하지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은 경제 논리가 아닌,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권리라는 노동계의 주장이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여건 및 고용상황 악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은 모두 옳다. 위기상황에선 한발씩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노사 모두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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