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기업들 '연차 휴가 사용' 독려… 근로자 '휴가 내도 갈 곳 없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대전 지역 산업계의 여름휴가 풍경이 바뀌고 있다. 불황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직원들의 휴가를 적극 독려하며 비용절감에 나서는 반면 근로자들은 감염우려 등으로 꿀 맛 같은 휴가가 반갑지 만은 않은 분위기다.

14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직원들의 휴가일수 보장이 고민거리다.

예년처럼 적게는 3일 많게는 5일 정도 휴가를 권장하고 싶지만 팍팍한 회사 사정에 여유를 부리기 어렵다.

대전산업단지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난 달 만 해도 일거리가 줄어 연차 휴가를 이용해 쉴 것을 권장했다"며 "하지만 내수심리가 소폭 살아나면서 7-8월 예정된 납품기일을 맞추려면 일손이 빠듯하다"고 한 숨 쉬었다.

일부 기업은 대안으로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사용촉진제 시행을 고민하고 있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연차사용 촉진 여부는 근로자의 선택사항이다. 기업 입장에선 미사용 연차에 해당하는 수당을 아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덕구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종전에는 연차에서 감경하지 않고 별도의 하계 휴가일을 보장해줬다"며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감안해 연차 수당 지급 등 비용 절감 차원에서 촉진제 실시를 구상 중"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다른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전체 휴가를 연차로 사용하도록 하는 건 그동안 관례에 비쳐 볼 때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며 "짧게나마 휴가일수를 보장해주고 근로자 선택에 따라 연차를 붙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전국 5인 이상 793개 기업을 대상으로 펼친 하계휴가 실태조사에서 응답기업 62.7%가 `올해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연차수당 등 비용 절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여름 보너스`로 불리는 휴가 상여금 지급 여부도 코로나19로 달라진 휴가 풍속도다. 대전산단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급여의 상당 부분을 휴가 보너스로 지급해왔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종전 지급하던 상여금을 무 썰듯 단 칼에 없애진 않겠지만, 매출이 줄어든 회사들의 경우 휴가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름휴가를 앞 둔 근로자들도 이래저래 고민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기세가 여전해 기껏 휴가를 내도 발이 묶일 것 같고, 얇아진 지갑 사정이 원망스럽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코로나로 여전히 문을 닫거나 부분 운영에 그치는 행락시설이 다수"라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굳이 휴가를 신청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전 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 임모(31)씨는 "지난 해 여름휴가에 해외를 다녀왔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시기상조인 것 같아 국내로 눈길을 돌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