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 감안 역대 최저 인상률
지역 경영계 "동결됐어야, 최저 인상은 환영", 근로자 "지나친 사용자 편들기"

2021년 최저임금이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로 결론나면서 충청권 노사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내심 `인하` 또는 `동결`을 바랐던 사용자 측은 역대 최저 수준 인상률로 위안을 삼는 반면 근로자들은 `지나친 사측 편들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보다 1.5% 인상한 8720원으로 의결했다.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내년은 이보다 130원 오른 금액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관련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 가장 적은 인상폭이다. 앞서 최저 인상률은 외환위기 당시(1998년 9월-1999년 8월) 2.7%였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맞아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우선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지역 노동계와 경영계의 표정은 다르다. 양 경제 주체는 최저임금 협의 과정에서 각각 1만 원(노동계, 16.4% 인상), 8410원(경영계, 2.1% 삭감)을 내놓으면서 현격한 입장 차이를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경영계는 최저 인상률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강도묵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은 "최저임금이 최근 몇 년 간 급격하게 오르면서 경영계가 겪은 고충이 심각하다"며 "코로나19로 국내 경제 역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 최저 상승률에 그친 건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사용자 입장을 떠나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사용자측은 `경영 부담` 등을 이유로 채용이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근로자에게도 피해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일자리 감축 효과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의 경영난을 고려해 동결 또는 인하를 기대했던 경제계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서 노·사·정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된 만큼, 결과를 인정하고 사회적인 타협을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위기의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보탰다.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폭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세종 지역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윤모(25)씨는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이 어렵다는 것은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소득격차를 줄여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최저임금 1만 원이 무산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최저임금위는 협상 개시 후 노동자 의견이 아닌 사용자 입장만을 다룬 것 같다"며 최저임금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심각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박모(26)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좋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경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1% 수준의 인상이라도 감내할 수 있다. 감염증 여파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마당에, 최저임금까지 오르게 되면 실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의결한 내년도 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김용언·천재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