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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서울시청에 대한 이야기

2020-07-15기사 편집 2020-07-15 0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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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서울시청의 모습은 평소 뉴스 화면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지난 주 금요일 이후 또 다른 감상을 남기고 있다. 역사의 거대한 푸른 파도가 수많은 이슈로 소란스러운 광장을 당장이라도 쓸어 갈 듯 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서울시청이 가지는 무게감 때문일까? 우리나라에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들이 있지만 서울시청은 유독 논란이 많은 건축물이다. 서울시청, 정확하게는 서울특별시 신청사는 건축가 유걸의 작품이다. 2013년 공간지(誌)에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악의 한국 현대건축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원래 유걸은 투명한 매스의 과감한 도입과 열린 공간 구축으로 요약되는, 합리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건축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건축가로 높이 평가된다. 그런 건축가가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 어쩌다 이러한 오명을 쓰게 되었을까? 그것은 건축 디자인적으로보다는 건축이 이뤄진 과정상의 문제가 더 크게 지적받아야 한다. 사실 건축가로서 유걸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서울특별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 현재도 신청사 좌측 전면에 보존돼 서울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청사를 대치할 만한 신청사 부지를 찾지 못해 현 부지에 신축하기로 하고 건축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계약하는 방식에 따라 2006년 삼성건설 컨소시엄이 맡게 됐다. 그러나 덕수궁과 부조화 등을 이유로 심의에서 건축설계안이 계속 반려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시공사와 계약은 유지한 채 건축설계만 별도로 현상공모를 해 당선된 작품이 2012년 문을 연 현재의 서울특별시 신청사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축가의 순수한 이상이 현실에 안착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즉, 건설사와 건축설계사는 여전히 일괄계약이 돼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건축가는 아이디어만 제공하는 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니 그러지 않아도 사공이 많은 상황에서 건축가는 노조차 마음대로 저을 수가 없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2013년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 시티홀'에서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건축과정의 단면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서울특별시 신청사를 잠시 돌아보자. 서울광장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는듯한 외관은 블로비즘(Blobism) 영향을 받은 블로비텍처(blobitecture)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블로비텍처는 아메바 같은 유선형의 매스로 디자인된 건축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건축 양식이다. 영국 런던 시청사와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등도 이 계열에 속한다. 지붕 끝 부분은 전통 한옥 처마 형상으로 설계됐다지만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고 한때는 '쓰나미' 같다는 혹평도 들었다. 공공기관 청사로서 유리 커튼월 외관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문화재로 지정된 구청사와 대비되는 효과를 기대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

신청사 내부에서는 1-7층 높이의 세계 최대 규모 수직정원 그린월(Green Wall)이 시선을 압도한다. 실내 조경은 2017년 세계조경가협회(IFLA) 아태지역 빌딩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를 비롯해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건축적 기법들이 다수 구사돼 있다. 덕수궁쪽 측면에 일부 돌출돼 있는 외관이 '메뚜기 머리' '잠자리 눈'이라는 혹평을 받은 타원형의 매스는 오디토리엄으로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한 시도다.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서울특별시 신청사는 업무공간으로는 다소 실질적이지 못하다는 평과 함께 외관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린다. 정치나 모든 일들이 대부분 최종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신청사의 예처럼 많은 공공청사의 건축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결과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공공 건축물의 디자인과 건축은 공정함만을 앞세운 기계적인 심의나 발주자의 개인적 취향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 건축가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충분한 시간 배려로 미래 지향적인 가치가 온전히 담겨지도록 해야 한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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