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재즈(Jazz)음악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창조되고 연주되며 열렬한 그 지지자들에 의해 감상되고 소비되는 음악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대중음악의 아버지가 되는 음악이다.

20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이 음악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실내악"이라고 했던 도올 김용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영향력과 예술적 가치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지난해 연재하였던 황성곤의 음악산책 1에서는 현존하는 여러 가지 음악형태를 살펴보았고 또 과연 음악이란 무엇인지 쉽게 풀어보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재즈음악의 발자취를 살펴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오늘날의 대중음악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해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재즈가 `과연 정확히 어떤 음악인가`라던지 `최초의 재즈음악은 어떤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재즈(Jazz)라는 용어가 과연 언제 처음 사용되었는지는 비교적 쉽게 답할 수가 있다. 때는 1913년 샌 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던 한 밴드 이야기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밴드는 최초의 재즈빅밴드 중 하나라고 불리는 것이었고 드러머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아트 힉맨(Art Hickman)이 이끌고 있었다. 이 밴드는 샌프란시스코 실즈(San Francisco Seals)와 같은 야구팀의 훈련캠프에서 연주하는 일을 하기도 했었는데 당시의 스포츠 에디터였던 윌리엄 슬래터리(William Slattery)가 이 밴드의 음악을 소개하면서 처음 재즈(Jazz)라는 말을 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재즈라고 불리기 시작하는 그러한 스타일의 음악은 이미 그전부터 존재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재즈음악의 탄생지에 관한 것도 비교적 이견이 없는 편이다. 바로 미국 남부에 위치한 루이지애나 주 최대도시인 뉴올리언스이다. 이 도시는 꽤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718년 프랑스인들에 의해 건설된 이 도시는 1763년에는 스페인에게 선물로 양도하게 된다. 바로 프랑스 왕 루이 15세가 스페인 왕 카를로스 3세와 사촌지간 이었기 때문이다. 도시하나를 선물로 주고받는 당시 권력자들의 스케일에 아연실색하다 못해 허탈해 지는 대목이다. 이 도시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록에 의하면 스페인 사람 안토니오 데 울로아가 루이지애나 첫 총독이 되었는데 이미 거주하고 있던 프랑스계 사람들이 그를 싫어하여 도시 밖으로 추방해 버리고 만다. 결국 프랑스 사람들이 뉴올리언스를 스페인으로부터 강탈한 것이고 급기야 1803년에는 그 모습을 갖추어 가던 미국에게 팔아버리고 만다. 하나의 도시를 선물로 주기도 하고 사고 팔기도 하는 당시의 모습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지만 당시 힘 좀 있는 나라들은 너도 나도 식민지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로 국가간의 야욕을 가감없이 드러내던 야만의 시대였다 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땅따먹기가 완료된 지금은 노골적인 국가적 욕심을 찾아볼 순 없지만 아직도 열강들의 감춰지고 보다 은밀해진 야만성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매우 다국적이고 다문화적인 배경을 가진 뉴올리언스는 역시 문화융합적인 재즈음악의 탄생지로 적합했을 것으로 본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재즈라는 음악이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면 재즈의 어떤 속성이 그토록 다문화적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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