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호남선 철도 지하화 구간. 사진=대전시 제공
경부·호남선 철도 지하화 구간. 사진=대전시 제공
1905년 경부선 철도 대전역 개통과 함께 급성장한 `철도도시` 대전시가 도심을 3분할 해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경부·호남선 철로는 땅에 묻고, 경남까지 철길을 새로 부설하는 철도 새판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철도는 여객 이동과 산업 물류를 담당하는 국가의 핵심 인프라로 지하화를 통한 지역내 동반성장과 신규 노선 구축으로 연결되는 지역간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대전시는 경부·호남선 철도 지하화를 민선 7기 현안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부산을 오가는 경부선은 대전 대덕구와 유성구, 동구를 지나 충북 옥천을 통과한다. 이중 대덕구 신대동에서 동구 판암나들목까지 13㎞ 구간이 도심 상부를 관통한다. 서울과 전남 목포를 운행하는 호남선은 대전 중구, 서구를 가로질러 충남 계룡으로 빠져나간다. 대덕구 오정동 대전조차장에서 서대전, 가수원으로 이어지는 호남고속철도 11㎞가 지상구간이다.

경부·호남선 철길이 대전 전역을 물리적으로 구획하는 것이어서 시세(市勢) 팽창을 가로막고 지역내 교류를 단절하며 토지 이용의 비효율과 철로변 소음·진동 불편 등 일종의 `외부불경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상 철길의 부작용은 철도를 중심으로 도시 발전을 구가해온 부산과 대구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두 지역 모두 20억-35억 규모의 국비를 따내 철도 지하화 사업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대전시는 부산·대구시 선례를 근거로 철도 지하화 사전타당성 검토와 시설 효율화 방안을 연구해 볼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에 용역비 35억 원 국비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경부·호남선 철도 지하화가 기존 지상부 철길을 걷어내 땅 속으로 묻는 것이라면 대전-진주간 철도 건설안은 새로운 철로를 부설하는 철도광역교통망 구축사업이다. 이 노선은 경남 진주시를 출발해 산청군, 함양군을 거쳐 전북 장수군, 무주군을 넘어 충남 금산을 지나 서대전에 당도하는 것으로 경남, 전북, 충남, 대전 등 4개 광역시·도를 아우른다. 전국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호남선, 경전선, 경부선 사이에서 상대적인 철도서비스 소외지역으로 여겨지는 곳들이다.

대전을 포함, 7개 도시를 철도로 이어 중부-남부권역 경제권을 직결하고 계룡산·덕유산·지리산 국립공원, 마이산·연화산 도립공원, 한산도, 거제도 등 청정 남해를 연결하는 철도망인 셈이다. 대전시는 철도교통 취약지역의 철도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점, 경부선을 대체하는 중·남부 내륙철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전-진주 철도의 명분을 찾고 있다. 지역 내부적으로는 2015년 개통된 호남선 KTX 여파로 침체일로를 걷는 서대전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관건은 국비 확보다. 경부·호남선 철도 지하화, 대전-진주 철도 건설사업이 각각 수조 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역 출신의 박병석 국회의장 배출, 여당 강세인 지역 정치 여건 등 호재를 활용해 철도 장기 프로젝트의 첫단추를 꿰기 위한 논리 개발에 한창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두가지 철도 사업이 앞으로 사전타당성 용역이나 국가철도망계획에 포함될지 여부조차 현 시점에서 예단할 수는 없다"며 "다만 철도가 장래 지역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공감대를 넓히고 사업 추진의 동력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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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진주간 철도 노선도.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진주간 철도 노선도. 사진=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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