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체면은 곧 자존심이었다. 언제나 남과 비교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항상 다른 사람보다는 더 나아야 했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결과만을 중시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결과는 원인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지난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전인 8일에는 전 비서에 의해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피소되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의 떠남을 슬퍼했고 조문객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하지만 모든 시민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2만 명이 넘는 시민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조문 행렬에 나섰고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한다는 국민청원 서명은 50만을 넘어섰다.

인권변호사와 3선 서울시장으로서 그의 발자취는 인정하면서도 피소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명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이라는 고위 공직자로서 자살만이 탈출구였을까? 소위 민주주의 지도자로 살아왔다는 삶의 철학이 무엇이였을까?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원하는 결과를 실수 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자신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없던 부분도 있듯이 가정해야만 이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격에 맞지 않는 일도 참아가며 해야 하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이유를 대면, 변명이라는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자신이 아닌 자신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는 결과보다 과정에 가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성숙은 성장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열매는 과정을 감당할 수 있는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되는지도 모른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 같다.

여론의 한쪽 끝에 박 시장에 대한 추모와 그가 이룬 업적에 관한 높은 평가가 있고 한쪽 끝에는 성추행 고소와 관련한 비난이 있다. 역사는 그에 대한 평가를 계속 요구 할 것이다.

세상과 사람들의 관점은 다양하다. 가까이 있던 사람과 멀리서 보던 사람의 판단이 다르듯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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