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삐`, 36.5도. 체온 측정은 이제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의 체온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지난달 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더위가 극심하다.

올 여름은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어 사람들의 체감온도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가로수의 나무 그늘은 우리의 체온을 평균 2.3-2.7도 낮춰준다.

이러한 효과는 나뭇잎이 직사광선의 태양 복사열을 차단하는 그늘 효과와 증산 효과 덕택이다. 증산 효과는 뜨거운 아스팔트 표면에 물을 뿌리면, 기체가 발생하면서 시원해지는 것으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열화상 카메라로 나무 그늘을 관측하면 주변보다 온도가 낮은 초록 양산이 나타난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잎에서 기체로 변화하면서 주변의 뜨거운 대기열을 빼앗아 초록 양산의 나무 그늘을 만드는 것이다.

가로수로 많이 심은 버즘나무 잎은 대기열을 흡수해 도심의 열기를 낮춘다. 도시숲과 가로수는 도심의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도시 외곽의 찬바람을 도심으로 유입시켜 도심을 시원하게 해준다.

도시에서 잘 연결된 산줄기와 가로수는 태양복사열을 흡수하고, 찬바람을 이동시킨다. 땅, 물, 공기 순으로 데워짐의 차이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를 만들어 바람길을 가져온다.

도시숲과 나무의 미세먼지 저감 능력이 입증되면서, 각 지자체에서 가로수 식재와 도시숲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숲과 가로수를 통해 도심의 열기까지 완화하기 위해서는 점보다는 연결된 선으로 조성하고, 더 나아가 면으로 이뤄진 숲 공간이 필요하다.

가로수는 여러 줄로 심고 끊어지지 않게 이어주며, 건물의 외벽은 덩굴식물 등으로 벽면녹화를 한다. 도로 경관만을 위한 가로수 관리에서 벗어나 가로수 밑 관목층 조성, 토양 관리 그리고 복층 가로수 조성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보행길의 반사열도 줄여야 한다.

또한 도시 외곽숲을 뒤덮은 덩굴류를 제거하고, 숲의 구조를 바꾸어 계곡의 시원한 찬바람이 도심으로 들어오도록 바람길을 틔워주어야 한다.

이렇게 조성된 가로수와 도시숲은 도심 폭염의 해결사가 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 힘든 여름이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의 숲과 나무는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쉼터이자 어려운 이 시기를 이겨낼 희망의 초록 양산이 될 것이다.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