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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고질병

2020-07-13기사 편집 2020-07-13 07:05:07      진광호 기자 jkh044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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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육계의 고질병인 대형 폭력사건이 또 터졌다. 이로 인해 겨우 스물 두살인 젊디 젊은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성적을 위해서는 폭력과 성폭력 등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 정책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선수들이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목표는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이다. 기본적인 학습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오로지 운동에 매달렸다. 이 때문에 성적을 내지 못하면 온갖 비난과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아울러 그 종목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도 마땅히 할게 없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특기와 취미를 가질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미국의 골프선수 브라이슨 디샘보는 대학에서 전공한 물리학을 골프에 접목시켜 PGA에서 통산 6승을 달성했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다른 나라들은 학업과 스포츠를 병행하면서 은퇴 후에도 의사와 과학자 등 전문직으로 나아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스포츠 환경에서는 먼 달나라 얘기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오로지 체육계 만은 군사독재 시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엘리트 선수 위주의 육성 방식을 전면 재검토와 무엇보다 선수의 인권이 중요시되는 한국 체육계의 대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체육계 내부 인권침해 신고 구제절차를 명확히 하고 가해자나 주변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피해자 보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율적이 독립된 스포츠 인권 기구 설립도 필요하다. 이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회의 강력한 법 마련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스포츠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문화가 절실하다. 기본적인 학습권도 보장해줘야 한다. 수십년 체육계 폭력의 대물림을 끊어낼 수 있도록 정부와 스포츠계가 머리를 맞대고 모든 것을 갈아엎고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질병은 드러낼 수 있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진광호 지방부 충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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