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춘추칼럼]`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갤럽의 7월 1주( 6월 30일~7월 2일)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한다`는 긍정 평가는 50%였다. 5월 1주(71%)와 비교해 두 달 만에 지지율이 무려 21%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총선의 총 유권자수가 4,400만 명인 데, 숫자로만 보면 무려 1100만명 이상이 이탈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한 대북 관계 악화, 6·17 부동산 대책 실패,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의 격돌 등의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근원적인 요인은 총선 압승이후 드러난 정부 여당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 한마디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행정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대통령의 하명에 역대 최대 규모의 35조 추경 예산이 국회에서 5일 심사 만에 처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이 정권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압박해 사퇴시키려고 하는 것도 실상 절제되지 않는 권력이 몰고 온 기현상이다. 이렇다보니 "모든 권력이 국민이 아닌 문재인으로부터 나온다"는 `문주주의`(文主主義)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하고 있다. 통상 견제 받지 않는 권력에 도취된 정부는 정책 실패에 무감각해지고, 자신들의 무능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의 탓만 한다. 가령, 부동산 대책 실패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장관은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규범과 관행이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제16대 국회(2004년)부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게 주었던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차지했다. 제13대(1988년) 국회부터 의석 비율대로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나눠 가지던 협치의 전통마저 깨지고 여당이 17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여하튼 민주화세력을 자부하는 정부 여당이 `제도적 자제와 상호 존중`의 규범을 무시하면서 `일당 독재`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효율적이고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권력은 스스로 견제 받아야 한다. 야당, 언론, 시민단체, 지식인, 그리고 시민들에 의해 권력이 무차별적으로 견제 받아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한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은 어떠한가? 보수가 몰락하면서 야당은 무기력해졌고, 일부 언론은 `진실 보도`를 외면한 채 정치적·정파적·이념적으로 이용되는 소재에만 치중하고 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NGO)가 정치권력 비판의 칼을 내팽개치고 정치권 진입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오히려 권력화 되고 있다. 양식있는 지식인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용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몰염치한 인간이 활개치고 있다. 촛불 혁명 이후 시민들의 능동적, 자발적 참여는 늘어나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코로나19의 재난 극복의 견인차 역할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문빠로 불리는 열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진영 내 어떠한 이견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며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 적폐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에서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 한국리서치는 `국정 방향 공감도`를 격주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월 1주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54%, `올바르게 가고 있지 않다`(32%)보다 12% 포인트 많았다. 그러나 7월 1주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43% 대 44%로 역전되었다. 더구나, 16개 정책별 긍정 평가가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보다 훨씬 낮았다. 주거·부동산 긍정 평가는 25%에 불과했다. 이것은 현 정부의 정책 능력이 아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 실패로 인한 성난 민심을 잡으려면 정부 여당에겐 지금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권력을 제도적으로 자제하고 최고의 전문가를 등용해서 정책 능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분명 겸손과 유능이 최상의 정책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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