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식 식당  [사진=대전일보DB]
입식 식당 [사진=대전일보DB]
외식 소비문화가 양반다리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음식을 먹는 좌식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하는 입식으로 바뀌고 있다.

4-5년 전부터 중·대형 업소를 중심으로 입식 도입이 시작됐고 최근엔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감염병 장기화로 급감한 매출과 입식 등 식생활 거리두기를 선호하는 소비자 요구 사이에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적지 않은 입식 전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에서 5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A(43) 씨는 매장을 입식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업주들에게 물어보니 테이블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 좀 쓸만하다 싶은 건 한 세트 당 최소 20만-30만 원이 들어서다. 현재 좌식 테이블 수대로 입식 테이블을 갖춘다면 적어도 300만 원이라는 적지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A 씨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30-40% 떨어진 마당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입식비용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입식으로 바꿔 장사가 더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어 고민"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이어 "다른 지자체에선 입식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 대전에는 왜 그런 정책이 없는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음식점 입식 설치 지원은 청주시가 선도했다. 청주시는 전국 최초로 지난 4월부터 좌식 식탁을 의자식으로 교체하는 모든 음식점에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입식 테이블 설치비용의 50%, 업소별 최대 50만 원 한도다. 9일 기준 545개 음식점으로부터 신청을 접수받아 498곳에 2억 4640만 원의 보조금 지급을 완료했다. 90% 이상이 시비로 충당했다.

2017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청주시는 업주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지방세를 체납한 경우가 아닌 이상 신청 업주 모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문턱을 낮췄다. 청주시 관계자는 "좌식에서 입식으로 변화를 준 업주들이 매출이 늘고 손님 서빙하기도 편해졌다며 고맙다는 전화를 하기도 한다"며 "청주 남이면과 바로 인접한 대전 대덕구에서 장사하는 업주들이 우리 시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문의할 때는 정말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충남도도 최근 논산과 홍성지역 영세 음식점을 대상으로 입식시설 개선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66개 업소에 1억 6500만 원(도비 40%·시·군비 40%)을 지원했다. 도는 하반기에는 입식테이블 제조업체를 발굴해 저가로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대전시는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 식품위생업소 시설현대화 융자사업 외에 특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융자는 업소에 따라 최대 2억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연리 1%에 2년 거치 3년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업주 입장에선 빚을 내는 셈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 우려로 업계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융자를 받아 입식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1만 5000곳에 이르는 회원업소 중 30% 가량만 입식 형태로 영업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용 보조 등 시에서 지원책을 마련해 주면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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