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공직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급 이상 다주택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주택 매각 지시를 내린 가운데, 승진을 눈 앞에 둔 3급 공직자들도 당장 주택 매각을 고심하고 있다.

정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의 주택 매각을 주문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발 맞추기 위해 공직사회가 솔선해 1가구 1주택을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고위공직자는 8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관보에는 지난해 말 기준 세종청사 고위공직자 9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났지만, 지난 4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소재 아파트 한 채를 매각했다.

세종청사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는 홍남기 기획재정부·박능후 보건복지부·문성혁 해양수산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 정병선 과기정통부(2채 중 1채 매각 진행 중)·김용범 기재부·윤종인 행안부·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 4명이다.

하지만 정 총리가 지시한 다주택 처분대상 고위공직자는 2급(이사관·국장급)도 포함된다. 이에 중앙행정기관이 몰려있는 정부세종청사 공직사회에서는 주택 매각에 대한 압박감이 감지된다. 2급 이상 공직자뿐만 아니라 승진을 목전에 둔 3급 이하 공직자들 또한 주택 처분 대상에 포함된 것과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이날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국 일반직 국가 고위공무원은 1082명, 3급 공무원은 819명으로 집계됐다. 22개 중앙행정기관이 몰린 세종청사에도 해당 급의 공직자가 상당수다.

특히 정부세종청사는 세종시 분양 아파트의 절반 가량을 공무원에게 특별 공급해, 적지 않은 공무원이 `주택 처분 지시`의 영향권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 공급제도에 따라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주택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도 세종시 주택 분양에 제한을 두지 않은 터다.

정 총리의 주택 매각 지시에 따라 고위·3급 공직자들은 매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공직자는 "하위 공직자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고위공직자의 경우 주택 매각 지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승진을 앞둔 3급 직원의 경우 주택 매각 지시 때문에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2급 이상 모든 공직자의 주택 보유 현황을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해당 공직자가 주택을 매각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인사 조치는 정해진 바가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현재 관련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는 준비 중이지만, 주택 매각 여부에 따른 인사 조치 등 구체적인 사항은 미정"이라며 "승진을 앞둔 3급 공직자와 관련된 내용도 별도로 거론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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