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함에 폐형광 등 수두룩… 수거업체 간 갈등이 원인

대전 서구 월평1동 인도에 설치된 폐형광등 수거함이 제 때 수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은 등이 포함된 폐형광등이 인도 한 켠에 쌓여있다. 사진=정성직 기자
대전 서구 월평1동 인도에 설치된 폐형광등 수거함이 제 때 수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은 등이 포함된 폐형광등이 인도 한 켠에 쌓여있다. 사진=정성직 기자
대전 지역 곳곳에서 폐기물 수거 대란이 빚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유성구가 재활용 폐기물 수거 대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서구에서는 대형폐기물에 이어 폐형광등 마저 제 때 수거되지 않으면서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9일 서구 월평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 인도에 설치된 폐형광등 수거함에는 각종 폐형광등이 가득 차 있었다.

수거가 제 때 이뤄지지 않은 탓에 가득 찬 수거함 주변으로도 긴 막대형 폐형광등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이 곳은 수거함 바로 앞에는 유치원과 주민 쉼터, 건너편으로는 공원과 초등학교가 있다. 또 행정복지센터와 지구대도 위치해 있는 만큼 주민과 어린 학생들의 통행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인데도 폐형광등이 방치돼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보였다.

만년동의 한 아파트 단지내 에 설치된 수거함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수거함은 폐형광등으로 가득찼고, 월평1동과 마찬가지로 수거함 주변에 폐형광등이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폐형광등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대행업체 내부 갈등으로 폐형광등을 수거할 때 사용하는 박스 대부분이 대덕구의 한 중고기계 판매업소에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방문한 중고기계 판매업소 내부는 문이 잠겨 있어 진입하지 못했지만 옆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내부에는 폐형광등 수거함과 수거용 박스 수십여 개가 쌓여 있었다.

파란색 수거함에는 대전시 서구를 상징하는 마크와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으며, 수거용 박스에는 폐형광등으로 보이는 물건이 담겨 있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 중고기계 판매업소에 수거함이 보관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폐기물업계 관계자는 "폐형광등은 폐기물관리법 등 관계 법규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해 환경오염 등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서구에서 나온 폐형광등을 대행업체 사업장이 아닌 대덕구 중고기계 판매업소에서 처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서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폐형광등은 매일 배출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수거요청이 들어오면 업체에서 수거를 하러 간다"며 "여분의 박스가 있기 때문에 현재 폐형광등은 대행업체에서 아무 문제 없이 수거하고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민원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구청 수거함이 중고기계 판매업소에 쌓여 있는 것은 대행업체 내부에서 인건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건비 문제는 구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대행업체에는 서구 소유의 물건을 원상복구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정성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의 혈세로 마련한 서구청 폐형광등 수거함이 대덕구의 한 중고기계 판매업소에 보관돼 있다. 사진에서 녹색 박스가 폐형광등 수거해 처리 업체에 납품할때 사용하는 박스다. 사진=정성직 기자
시민의 혈세로 마련한 서구청 폐형광등 수거함이 대덕구의 한 중고기계 판매업소에 보관돼 있다. 사진에서 녹색 박스가 폐형광등 수거해 처리 업체에 납품할때 사용하는 박스다. 사진=정성직 기자

정성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