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22차례에 걸친 규제정책 내놨지만
풍선효과 등 부작용만 속출한 채 집값폭등 비판도
무주택 서민들 내 집 마련 기회제공 효과 거둬야

맹태훈 취재3부장
맹태훈 취재3부장
`갭투자`, `다주택자`, `시세차익`, `양도소득세`, `전매제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거나 업계에서 시장을 분석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뻔한 월급에 자녀 교육비, 치솟는 물가까지 이들 단어가 언감생심이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셋집 구하기도 힘든 요즘이다. 집 없는 서민의 경우 저렴한 전세 보증금을 찾아 부모는 직장과 거리가 먼 곳으로 이삿짐을 꾸리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 부동산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설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전 지역 무주택 서민에게 희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정부가 집값이 치솟고 청약 광풍이 불던 대전 부동산 시장에 규제의 칼을 꺼내 든 것이다. 당장 대전지역 아파트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대덕구를 제외한 대전의 모든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6·17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대전 아파트값 상승률은 6월 넷째 주 0.75%에서 다섯째 주 0.05%로 급감했다. 일주일 사이 0.7% 포인트 줄었다. 대전 지역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0.05%를 밑돈 건 지난해 4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부동산 업계는 분석했다. 조심스럽지만 당분간 시장의 관망세도 예측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돼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수없이 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17 대책까지 총 22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규제를 강화하면 지방으로의 풍선효과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전의 경우 세종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나타났지만 서울과 경기, 부산 등 외지의 투기자금 유입도 집값 급등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대전 지역 아파트 중위 가격은 2억 830만 원으로 5개 광역시 평균(2억 3742만 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올해 6월 기준 중위 가격은 2억 9830만 원으로 5개 광역시 평균(2억 5227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여기서 중위 가격은 아파트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가격을 말한다. 최근 3년간 대전 지역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그간 저평가를 꼽기도 하지만 수도권과 세종 등 정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규제가 집중된 서울 지역 집값이 안정화된 것도 아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6억 2116만 원에서 9억 2585만 원으로 치솟았다. 집값을 잡으려 내놓은 대책들이 풍선효과 등 부작용만 속출한 채 집값에 불을 질렀다는 지적을 받는 까닭이다. 가파른 상승세는 일단 주춤해졌지만 대전의 집값이 언제 또다시 상승국면에 접어들지 예단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양보다 질이다. 부동산 대책의 횟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그 많은 대책 가운데 실효성을 거둔 정책이 무엇인지, 어느 정책을 보완하고 파기해야 할지 말이다. 대형 주택이나 고급 아파트에 세금을 올려 매도 욕구를 자극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주택 서민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은행 대출은 막혔고, 그간 풍선효과로 집값은 껑충 뛰었다. 빠듯한 월급에 치솟는 물가까지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졌다는 게 무주택 서민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성과를 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부자들의 놀이터가 아닌 서민의 내 집 마련의 장으로 변해야 한다. 정부도 부동산 투기 근절과 서민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그동안 무수히 많은 대책을 쏟아냈을 것이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풍선효과가 아닌 서민의 내 집 장만, 즉 부동산 대책의 성과를 얻어야 할 때다. 맹태훈 취재3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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