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의료인 학교 당 1명 꼴, 방역업무 총괄 물론 행정업무까지 겹쳐…학교별 편차도 커

학교 방역 일선에 놓여 있는 보건교사들이 코로나 19 장기화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1곳 당 전문 의료인이 1명에 불과한 데다, 방역업무에 행정업무까지 겹치면서 휴직을 고려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 A씨는 등교수업 시작이후 최근 한 달 새 매일 오전 7시까지 학교로 출근하고 있다. 전체 학생들에 대한 발열체크는 물론, 방역용품 구비, 출결관리, 예방교육까지 해야 한다. 자가진단에서 이상 증후가 나타난 학생이 나타나면서, 질환 여부도 지속 관찰해야 한다.

A씨가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유는 방역업무 때문이 아니다. 본래 담당하는 업무 외에 행정·시설업무까지 더해지면서다. 정수기 필터나 공기정화기를 관리하는 일 등이다. 코로나 19 방역에만 매진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부수적인 일들이 더해지고 있는 셈이다.

A씨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보건교사로서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려고 일을 하는 점에는 불만이 없지만, 이와 관련이 없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게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며 "`코로나 19 방역은 보건교사`라는 인식이 심해 다른 학교 동료 보건교사들은 휴직을 고려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재직중인 보건교사 B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씨가 관리·담당해야 할 학생만 1000명 가까이에 달한다.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별 역할을 분담해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 B씨는 사실상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 최근 대전에서 학생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도 더해진 상태다.

B씨는 "학교 방역의 재량권은 학교장에게 있다. 학교장이 떠넘기기 식으로 코로나 19 관련 업무를 주어주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분담을 요청하더라도 결국 모든 일을 혼자서 하게 된다. 코로나 19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보건교사들의 업무 경감에 있어 관리자와 학교 구성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보건교사에게 방역 업무 외 일이 주어질 경우,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용숙 대전보건교사회장은 "현재 대전지역 보건교사들은 학교 방역 일선에서 너무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확진자 발생 가능성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과 과중한 업무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학교 관리자와 구성원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정확한 업무분담을 통해 보건교사들의 업무를 조금이나마 경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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