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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폰카시

2020-07-09기사 편집 2020-07-09 07:18:31      윤평호 기자 news-yp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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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6층짜리 주택입니다/ 뜨거움으로 절절 끓습니다/ 빈집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뜨거움도 지나치면 걱정으로 바뀝니다", "따스한 온기로/ 존재를 일깨워주는 집", "빨간 옷을 입은 문지기/ 특별 봉사 중입니다/ 사이렌 호출이 오면 긴급 출동합니다"

무엇을 표현한 '시'일까? 첫 번째는 여러 개의 플러그가 꽂혀 있어 개별 스위치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6구 멀티탭이 마치 저녁 어스름 불 밝힌 다가구주택과 비슷해 태어났다. 두 번째 시의 제목은 '에어프라이어.' 제목을 듣고나면 단 두 줄로 일상의 신비를 포착해낸 감성에 무릎을 탁치게 된다. 눈치 빠른 이라면 알아챘을 세 번째 시는 어느 복합상가 주차장 출입구 문 앞에 놓인 소화기가 주인공이다.

소재는 제각각이지만 세 편의 시는 공통점이 있다. 한 시인의 작품이고 장르도 같다. 작자는 올해로 등단한 지 18년 차의 전업작가인 김미희 시인. 작품들은 시인의 신작 시집 '폰카, 시가 되다'의 수록작이다. 지난해 천안시 쌍용도서관 상주작가로도 활동하며 지역에서 꾸준히 시와 동화를 짓고 있는 김미희 시인의 이번 시집은 '폰카시' 63편을 품고 있다. 폰카시란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짤막한 시로 풀어낸 것이다. '디카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의 특성을 일컬어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이 있다. 도구와 인간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상호침투적이다. 인간이 제작한 도구로 인간의 행태와 관습은 물론 사고체제마저 격변한다. 카메라와 휴대전화가 일체화되면서 폰카시를 통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게 됐다.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시인의 마음.'

"시가 내게로 온 날의 기록입니다. 지나칠 수 없었던 순간을 휴대폰으로 붙들었습니다…아이의 마음으로 본 우리의 일상은 맑게 닦여 감동 아닌 일이 없습니다. 시가 아닌 일이 없습니다." 폰카시 선배인 시인의 고백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여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여름 당신의 휴대폰 속에는 어떤 폰카시가 영글까. 돌아보면 '일상다반시(日常茶飯詩)'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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