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6층짜리 주택입니다/ 뜨거움으로 절절 끓습니다/ 빈집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뜨거움도 지나치면 걱정으로 바뀝니다", "따스한 온기로/ 존재를 일깨워주는 집", "빨간 옷을 입은 문지기/ 특별 봉사 중입니다/ 사이렌 호출이 오면 긴급 출동합니다"

무엇을 표현한 `시`일까? 첫 번째는 여러 개의 플러그가 꽂혀 있어 개별 스위치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6구 멀티탭이 마치 저녁 어스름 불 밝힌 다가구주택과 비슷해 태어났다. 두 번째 시의 제목은 `에어프라이어.` 제목을 듣고나면 단 두 줄로 일상의 신비를 포착해낸 감성에 무릎을 탁치게 된다. 눈치 빠른 이라면 알아챘을 세 번째 시는 어느 복합상가 주차장 출입구 문 앞에 놓인 소화기가 주인공이다.

소재는 제각각이지만 세 편의 시는 공통점이 있다. 한 시인의 작품이고 장르도 같다. 작자는 올해로 등단한 지 18년 차의 전업작가인 김미희 시인. 작품들은 시인의 신작 시집 `폰카, 시가 되다`의 수록작이다. 지난해 천안시 쌍용도서관 상주작가로도 활동하며 지역에서 꾸준히 시와 동화를 짓고 있는 김미희 시인의 이번 시집은 `폰카시` 63편을 품고 있다. 폰카시란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짤막한 시로 풀어낸 것이다. `디카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의 특성을 일컬어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이 있다. 도구와 인간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상호침투적이다. 인간이 제작한 도구로 인간의 행태와 관습은 물론 사고체제마저 격변한다. 카메라와 휴대전화가 일체화되면서 폰카시를 통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게 됐다.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시인의 마음.`

"시가 내게로 온 날의 기록입니다. 지나칠 수 없었던 순간을 휴대폰으로 붙들었습니다…아이의 마음으로 본 우리의 일상은 맑게 닦여 감동 아닌 일이 없습니다. 시가 아닌 일이 없습니다." 폰카시 선배인 시인의 고백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여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여름 당신의 휴대폰 속에는 어떤 폰카시가 영글까. 돌아보면 `일상다반시(日常茶飯詩)`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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