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리포트] 허윤정 지음/ 동아시아/ 232쪽/ 1만 3000원

힘겨운 2019년을 보내고 희망찬 2020년을 기다리던 대한민국에 중국에서 들려온 폐렴 환자의 소식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1월 20일, 국내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 리포트`는 코로나19가 시작된 날부터 제21대 총선 때까지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기록하며 평가한다. 단순히 일어났던 사건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일어난 상황과 의미, 관련된 정보들을 한 데 모아 복기한다.

코로나 사태 초기, 대한의사협회 정부의 갈등이 불거졌다. 의학의 관점과 방역의 관점은 다르기 때문. 의사는 의학적으로 생각한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라면, 아마 쇄국도 불사할 것이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바이러스 박멸에 투입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역은 종합적인 고민이다. 보건의료적 판단에 더해 외교와 경제 문제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옳은 것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 속에서 가장 가능한 것을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누가 맞는지는 상황이 끝나봐야 결과적으로 알게 된다.

코로나 사태에서는 이런 갈등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성공적으로 방역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자원과 수단을 활용해야 하지만, 모든 것을 투입할 수는 없다. 어느 선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경제·정치·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날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방역에는 정답이 없다.

`방역은 생물`이라는 표현도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신종 바이러스가 막 퍼졌을 시기에는, 그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 단서가 확보됨에 따라 대상과 결론이 달라지고, 대응 방식도 함께 진화한다. 방역에서 일관성을 가져야 할 것은 외부의 영향 없는 합리적 판단과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국민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방역이 아니다. 방역은 현장의 상황과 정보가 달라짐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에 닥쳐서 해결하려고 나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재난 대책을 일종의 `자동차보험`과 같이 생각해서 미리 투자하자고 제안한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자동차보험료는 쓸데없이 들어가는 비용일 뿐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러 나라와 정권이 공공의료를 그렇게 생각해서 코로나 사태를 크게 키운 정황이 있다. 결론은 정부와 국민의 감염병 재난 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꾸준한 투자는 불시에 찾아온 재난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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