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베토벤
이 한 권의 베토벤
△이 한 권의 베토벤(오지희 지음)=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방법으로 베토벤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베토벤이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창작에 임했는지, 베토벤의 작품이 지닌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며 베토벤의 압도적인 명성 때문에 오히려 입문하는 데 겁이 났던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 한 권의 베토벤`은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나감으로써 그의 음악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지침서이자 입문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두 장으로 나뉘어 있다. `베토벤의 삶`에서는 베토벤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또한 `베토벤의 음악`에서는 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대표작들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예솔·160쪽·1만 3500원

△디지털의 배신(이광석 지음)= 우리에게 기술의 유혹과 덫이라는 양자적 계기는 어쩌면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가 도구적 이성에 기대어 기술을 욕망할수록 지구환경과 인간 삶의 생태 순환계에 점점 균열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생태 균열은 일상, 사회, 노동, 미디어, 생명에 걸쳐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첨단의 신생 기술이 우리에게 선사한 성장의 달콤한 열매만큼이나 기술 숭배가 가져온 부메랑 효과들을 살피고 경고한다. 또한, 기술 잉여가 만들어내는 굴절들, 즉 기술 자체가 사회 혁신과 진보로 슬그머니 등치 되거나, 취약 노동이 기술로 매개돼 편리와 효율의 시장 논리로 둔갑하거나, 반(反) 생태적 기술을 흡사 청정(淸淨)의 것으로 위장하거나, 기술이 우리의 취향을 주조하는데도 이를 풍요의 자유 문화처럼 보는 등 그 허구들을 뒤집어 보고자 한다. 인물과사상사·272쪽·1만 5000원

△상두지(이덕리 지음·정민, 강진선, 민선홍 외 옮김)= `상두지`는 근대 이전 조선의 국방 시스템과 안보 인프라를 구체적으로 설계한 보기 드문 실학적 저작이다. 두 차례의 왜란과 두 차례의 호란이 끝나고 전란 없이 지낸 지 약 200년, 당쟁에만 골몰한 조정과 안일에 빠진 벼슬아치들을 대신해 불운한 실학자 이덕리가 절박한 충심으로 국가에 닥쳐올 전란을 대비한다. 이덕리는 국제적인 차(茶) 무역을 통한 군비 재원 마련부터 둔전 조성, 병력 수급, 방어 시설 건설, 군사 전략·전술, 무기 제조법과 사용법까지 조선을 수호할 다채로운 제도와 방책을 `상두지` 한 권에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 다산 정약용이 감복해 자신의 저술에 인용했을 정도로 `상두지`는 치밀한 통찰과 기발한 상상, 폭넓은 원용을 자랑한다. 휴머니스트·264쪽·1만 8000원

△제인 스틸(린지 페이 지음·공보경 옮김)=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제인 스틸은 하나뿐인 어머니를 잃고 고아로 살아가다가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가정교사가 된다. 이러한 설정은 자연스럽게 `제인 에어`를 떠올리게 한다. 총명하고 굳은 의지를 지닌 가난한 고아 소녀 제인 에어가 명문가의 가정교사로 들어갔다가 주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서사는 `제인 에어`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숨 가쁘게 내달려 나간다. `제인 에어`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 `제인 스틸`은 기발하면서도 재치 있는 상상과 정교한 플롯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역사적 미스터리 창작 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으며 미국 최고 권위의 미스터리소설 문학상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문학수첩·576쪽·1만 4800원손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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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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