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담의 에피소드 의학사 1-3권] 이재담 지음/ 사이언스북스/ 1권 324쪽·2권 356쪽·3권 332쪽/ 각 2만 2200원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팬데믹 여파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누적 확진자 수가 현재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상황은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람들의 평온했던 일상은 불안으로 송두리째 흔들렸으며, 사회의 모든 분야는 코로나19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무수한 희생을 치른 후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먼저일지, 아니면 백신 개발이 먼저일지 인류의 집단 지성이 시험대에 오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책의 저자는 전염병을 극복할 열쇠를 의학의 역사에서 찾는다.

`글 쓰는 의사` 이재담 서울 아산병원 교수는 20년 동안 각종 매체에 연재했던 글 217편을 `무서운`, `위대한`, `이상한`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집대성해 총 3부작으로 의학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접근했다. 2-3쪽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구성돼 부담 없이 시간 날 때마다 손 가는 대로 펼쳐 보기만 해도 어느 순간 의학의 역사를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식견을 길러준다.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의 시작을 여는 1권 `무서운 의학사`의 주제는 역사를 바꾼 치명적인 전염병과 생명을 바치며 여기에 응전했던 의사들, 그리고 의학사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일어났던 등골 서늘해지는 사건 사고들이다. 3년 동안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인간의 죄에 내리는 신벌이라고 체념해야만 했던 중세 유럽의 페스트, 제1차 세계 대전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1918년의 스페인 독감, 얼음 송곳으로 뇌를 후벼 파 사람을 반송장 상태로 만든 의사에게 노벨상까지 안겨 준 20세기의 정신 의학까지 71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권 `위대한 의학사`는 의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긴 이들과 그들이 이룩한 성취를 74편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냈다. 600번의 실패 끝에 찾아낸 매독 치료제, 낮은 자들을 위한 사랑으로 영국 의료 체계를 바꾼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이론적 기반보다 몸으로 부딪치며 실험과 검증으로 무균 수술법을 확립한 조지프 리스터, 20년 동안의 집념으로 이뤄낸 최초의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수많은 역경과 좌절, 시행착오를 이겨 내며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타협할 수 없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경험할 수 있다.

에피소드 의학사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3권 `이상한 의학사`에서는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지만 수백 년 전에는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질병, 미신과 마법, 무지 등이 낳은 기상천외한 약과 의료 행위, 자신만의 신념을 지켰던 괴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워털루 전투와 유럽 대륙의 운명을 결정했던 황제의 치질,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를 죽음의 지경까지 몰고 갔던 요로 결석, 어린아이도 헤로인과 모르핀을 감기약으로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었던 19세기 유럽의 풍조가 맞은 결말, 비타민 C가 암을 고친다고 선전했던 노벨상 수상자 등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많은 없는 72편의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의학이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어 내던 시대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정립하기까지 간략한 에피소드로 정리한 책은 현대인의 눈에는 황당무계하게만 보이는 실수와 목숨을 건 실험들이 결국에는 의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길이었음을 확인해 준다. 또한, 의학사에 가진 대중의 고정 인식을 타파하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는 의학을 이해함으로써 미래에 닥쳐올 의료 환경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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