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시설은 대개 돈이 되지 않으니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어렵게 공공영역으로 편입했더니 고용문제에 부딪친다. 원래 몸담고 있던 구성원들은 고용승계를 바라지만 민간에서 공공으로 넘어온 이상 민간의 잣대대로 마냥 고용유지를 할 수는 없다. 취업절벽의 시대 채용의 공정성은 금과옥조와 같기 때문이다.

대전시와 시 산하 지방공기업 대전시설관리공단이 이달부터 운영을 맡은 평송청소년문화센터와 청소년수련마을로 이 같은 채용의 딜레마에 빠졌다. 평송센터 40명, 청소년마을 13명 등 기존 직원들은 공단과 맺은 1년 6개월짜리 단기근로계약이 끝나면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며 고용승계를 호소하고 있다.

시와 공단은 민간단체에서 운영해온 평송센터, 청소년마을을 인계받아 7월부터 대행 운영에 들어갔다. 서구 만년동에 있는 평송센터는 1997년 6월 문을 연 지역내 대표적인 청소년공간으로 대지면적 10만 1812㎡, 5개동 연면적 6761㎡ 규모에 숙박시설인 생활관(58실)과 크고 작은 극장,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서 청소년어울림마당, 청소년동아리, 진로체험 등 다양한 청소년 행사가 열린다.

그동안 대전YMCA, 삼동청소년회, 대전청소년심신수련회 등 민간단체가 위탁운영을 해왔고 올 6월 위탁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사업자 공모에 나섰으나 응모단체는 서울 소재 단 한 곳뿐이었다. 이마저 자격 미달로 사업자 공모에서 탈락했다.

또한, 중구 침산동에 있는 청소년수련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소년마을은 고(故) 정길준 선생이 임야 15만 347㎡를 시에 기증하면서 만들어졌다. 지역 청소년을 위한 서바이벌게임장, 스카이점프장, 세줄타기장, 복합모험활동장, 실내인공암벽장, 숙소 등을 갖추고 1996년 9월 개관했다. 토지 기부자가 세운 법인이 시설을 위탁운영하다가 이사장 은퇴 등으로 체계적인 시설 운영이 어려워져 공단 위탁으로 전환했다고 시 측은 밝혔다.

지난해부터 두 시설을 공단에 맡겨 대행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한 대전시는 올 6월 관련 협약을 맺었고 기존 종사자들과 이달부터 2021년 12월까지 1년 6개월의 기간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오는 2022년부터는 공개경쟁시험을 통과한 사람들로 새로 채워질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쯤 공개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단기근로계약이 끝나는 기존 직원들은 공단의 채용시험에 응시하거나 근로계약 기간만료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한 시설의 종사자는 "길게는 20년 동안 근무해온 직원도 있는데 1년 반 후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하면 잠이 오겠느냐"며 "시설의 공단 편입을 논의할 때는 당연히 고용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직원은 "공개경쟁시험을 본다면 기존 동료들 중에서 누구는 합격하고 누구는 탈락한다는 것이니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시와 공단 측은 기존 종사자들의 고용문제는 안타깝지만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인사운영기준`을 준용해 무작정 고용을 승계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해당 지침에서 `지방공사·공단의 임직원 임용은 객관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함을 원칙`으로 하고 `신규채용 시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균등한 기회 보장과 우수한 인력을 선발하기 위해 공개경쟁시험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공단 관계자는 "두 시설 종사자들의 고용과 관련해 여러 방안을 찾아보고 정부에도 질의한 결과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대로 공개경쟁시험을 실시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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